선거관리위원회가 새누리당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의원을 풍자한 포스터를 제작해 버스정류장에 부착한 이하 작가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선관위의 중립성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 부산시내 버스정류장에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풍자하는 캐리커쳐 포스터가 붙어있는 모습ⓒ연합뉴스
2일 부산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박근혜 의원의 풍자 포스터를 제작해 부산시내 버스정류장에 부착한 팝 아티스트 이하 작가를 부산진경찰서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 93조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시민사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6개월여를 앞두고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근거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던 참여연대 이지은 활동가는 “선관위가 해당 예술 활동을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 것인데 그렇다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지은 활동가는 “예술행위의 하나로 정치풍자를 한 것인데 그 대상이 유력 대선 후보라고 해서 이 정도도 안된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도대체 뭘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선거운동이 금지된 180일이란 기간은 너무 길다. 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모호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면서 “공직선거법 93조 1항 폐기는 19대 국회에서도 하나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관위가 공직선거법을 국민들의 의사 표현을 존중하는 헌법정신에 맡게 해석해야하는데 건건이 안티를 거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을 판결했다. SNS에서의 선거운동은 풀어줬지만 오프라인상에서의 180일 조항은 그대로 남겨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정치풍자라는 것은 예술의 텍스트”라며 “그 자체를 선거법 위반으로 제재한다면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박근혜 의원은 공인으로서 오랫동안 노출된 정치인이며 해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도 아니다”라면서 “선관위가 팝 아트를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판단이다. 정치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작가가 아니라도 존중돼야 하는 문화적 권리”라고 못 박았다. 그는 “특히 이 씨를 선거법 위반으로 건다는 것은 정치적 풍자나 비편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금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하 작가는 7월 3일(오늘) 부산진경찰서에 출두해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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