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8월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하도록 협조하며, 이를 위해 언론관련 청문회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개원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여야의 원 구성 협상에 대한 합의문 내용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여러 차례 “‘언론장악 청문회’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 안이다.

여기에 ‘김재철 사장 사퇴 여야합의’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새누리당은 브리핑을 통해 “여야는 노사 중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서 정상화를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립적 입장에서 노사관계가 정상화 되도록 합의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 우려가 큰 이유다.

여야 개원합의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곧바로 “언론장악 국정조사는 협상과정에서 김재철 퇴출을 위한 담보물로 퉁쳐졌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MBC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나타난 ‘언론장악’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청문회 역시 MBC 김재철 사장의 사퇴 역시 결과물이 되어야하지 청문회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간의 개원합의문에 대한 언론계의 불만은 여기에 있다.

경계해야할 것…“MBC 김재철 사장 퇴진이 목표돼선 안돼”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합의문 자체가 파행방송만을 염두하고 있다”면서 “또, 언론파업 역시 MBC의 문제로만 공정방송의 문제를 노사 간의 갈등으로만 축소시킨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만 MBC에서 내보내면 공정방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민주통합당이 MBC 사태를 해결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받아들인 것인지 모르지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언론장악 청문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낙하산 사장 선임과정과 그들로 인한 방송장악과 종편 선정 특혜를 파헤치는 청문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에 있어 권력의 개입(대책회의 및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김금수 이사장에 위력행사)과 YTN 배석규 사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의 불법사찰 문제 등 다각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된다면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출석과 함께 MBC 김재철 사장의 청와대 ‘쪼인트’도 검증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 왼쪽부터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

KBS의 경우, 이병순·김인규 체제를 거치면서 김제동·윤도현 등의 진행자 교체 및 시사교양프로그램(<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 <시사투나잇>) 폐지 과정의 검증도 필요하다. 여기에 방송인 김미화 씨의 ‘블릭리스트’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MBC의 경우도 현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시사교양 <후플러스>와 <김혜수의W> 폐지됐고 신경민 전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에서 밀려났다. 또,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폐지는 김 사장의 발언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난 부분이다. 여기에 MBC 노조로부터 의혹을 사고 있는 무용가 J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도 해명이 필요하다. 김 사장은 J씨에 수억 원대의 특혜를 준 것과 함께 충북 오송 신도시에 위치한 수억 원대 아파트 3채를 공동 구입해 전세를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낙하산으로 지목되는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과 더불어 <부산일보> 100% 경영권을 가진 정수장학회의 이호진 노조위원장 해임 등 편집권 개입에 대한 문제도 반드시 청문회를 통해 짚어야할 과제다.

장지호 국장은 또한 “종편 선정부분에 대한 특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며 “종편 자체가 방송 쪽에 보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목적 하에 방송법과 신문법을 개정하고 비계량 평가를 이용해 탄생시켰다. 그들에 대한 특혜를 어떻게 줬는지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 역시 ‘종편선정과 특혜’, ‘낙하산 사장 선임과 방송사 장악’, ‘부산 정수장학회’ 문제 등 전반적인 언론장악에 대한 청문회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문회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여야간 새로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문방위에서도 청문회를 ‘개최한다’가 아니라 ‘노력한다’고 들어갔다”며 “국회차원의 청문회에서 문방위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노력한다고만 명시돼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합의문 내용을 보면 MBC로만 청문회가 제한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문방위에서 협의하면서 KBS, YTN, 부산일보, 연합뉴스를 포함하는 낙하산 정부권력에 의한 방송언론장악 검증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편의 경우는 원래 협상대상이 아니었다. 이미 ‘국정조사’, ‘청문회’를 따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청문회 범위설정…“청문회를 통한 제도개선 도출돼야”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청문회 이후의 과제로 법·제도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언론’의 훼손으로 인한 장기파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청문회로 끝나면 안된다는 얘기다.

언론연대는 이에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12명으로 조정하고 방통위 개입을 차단해 여야동수(6:6)로 추천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사추천위원회와 사장추천위원회는 모두 국회 문방위 산하로 뒀다. 자격 요건도 ‘대선캠프 및 정당에서 고문·자문을 맡지 않은 자’ 등을 넣어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KBS 김인규 사장을 염두에 둔 조치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해당 안이라면 정치적 독립까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균형은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문방위 청문회만 성사된다면 온 국민이 이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도 그냥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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