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JTBC, 채널A, MBN 종합편성채널은 개국할 때만 하더라도 기·세·등·등 그 자체였다. 종편은 당시 데이터나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광고주들에게 지상파 70%의 광고단가를 요구했다. 이에 진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보도기능을 확보했으니 신문사 운영에서 사용하던 '무력시위' 영업방식이 고개를 든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광고 관련 전문가들은 “종편은 (지상파대비)광고단가가 문제가 아니다”, “보너스로 먹고 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종편의 경우, 2400% 보너스율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보너스란, 방송광고를 매입한 대가로 광고주에게 다른 시간대의 광고를 공짜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청률이 안 나오다 보니 기자들을 통한 영업 효과도 별로 없다”고 종편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보도기능을 쥐고 있으되 0%대 시청률로 인해 '무력시위'도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 종편4사 로고. 중앙일보(JTBC), 조선일보(TV조선), 동아일보(채널A), 매일경제(MBN)ⓒ오마이뉴스

종편, 시작은 창대했다…지금은 “대기업 광고 많은 이유도 보너스 때문”

2011년 12월 개국을 앞두고 종편4사는 모두 ‘광고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쩐’을 쥐고 있는 광고주들에게 주요 프로그램과 광고패키지 상품을 소개하면서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큰 절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TV조선(2011년 10월 18일)은 광고설명회에서 <TV조선의 12월 판매안>으로 ‘프라임 뉴스Pack’을 비롯한 ‘전뉴스보도’와 ‘SA기급 중간광고’, ‘고품격교양’, ‘주말집중’ 등 7개의 패키지를 선보였다. ‘프라임뉴스’ 패키지의 경우, A형은 All Pack 10억, B형은 시보 & 중간광고 Pack 5억을 책정했다. <TV조선의 판매 기본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는 기본 보너스 150% 제공을 약속했으며 “최초 청약액 0.3억으로 기본 가이드 운영 시 월 22회 노출 예상”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JTBC(2011년 10월 6일)은 광고 설명회에서 ‘프리미엄’, ‘맞춤형’, ‘중소 광고주 전용’, ‘제작지원·간접광고’ 총 4개의 패키지를 선보였다.

MBN(2011년 10월 24일)은 ‘Standard Kit’, ‘Customized Kit’, ‘Block Kit’, ‘Special Kit’ 등 4개의 광고 패키지 상품을 소개했다. SA시급은 715만 원으로 책정했으며 A시급은 390만원, B시급은 125만 원의 광고단가를 책정했다. 이 밖에 금액 및 기간에 따라 기본 보너스율을 차등적용 했으며 70%에서 최대 230%의 보너스가 가능하다는 게 MBN의 설명이었다. (채널A는 광고설명회를 개최하긴 했으나 광고 상품 설명을 따로 하진 않았다)

종편의 개국당시 광고 목표는 월 70~100억 원이었다. 그렇다면 종편 개국 6개월, 당시 광고판매 가이드라인은 잘 지켜지고 있고 목표액도 달성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종편4사는 개국 첫 달인 지난해 12월 방송매출 평균 76억5000만원을 기록했으나 2012년 1월에는 32억5000만원, 2월에는 27억5000원으로 급감했다.(▷관련기사 : 종편사들의 충격적 방송매출…2월 평균 27억 원에 불과) 그리고 최근에도 월평균 30억 원 정도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계열의 광고회사 A관계자는 “종편은 개국 초기 때가 상황이 더 좋았다. 지금은 많이 떨어진 상황이고 케이블채널과 똑같다”며 “지상파 계열이나 CJ 같은 메이저 PP가 아니라 2군 수준의 케이블 채널 수준”이라고 밝혔다.

A관계자는 “종편은 광고단가 문제가 아니라 금액이 중요하다. 보너스율이 2000%를 웃돈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JTBC <인수대비> 광고 가격이 120만원인 경우, 1500만원을 보너스로 주는 형식이다. 1250%의 보너스가 붙은 셈이다. 그는 “개국 전 광고 설명회에서 한 이야기는 지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미가 없다”면서 “종편은 지상파와 같이 특정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는 게 아니라 월 단위로 돈을 주고 계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A관계자는 “기자들 및 데스크를 통한 영업도 별로 효과가 없다”며 “시청률이 안 나오다 보니 개국 초기 때와 달리 갑을 관계가 바뀐 상태”라고 설명했다.

광고대행사 B관계자도 “광고단가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종편은 협상을 통해 광고주가 만족할 만큼 틀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상파도 보너스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100% 이상으로 올라가진 않는다. 반면, 종편은 시청률과 비례해 거의 무한대로 퍼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편채널에서 대기업 광고가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도 A와 B관계자 모두 “보너스율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속빈 강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 2011년 TV조선 광고주 설명회. TV조선 관계자들이 광고주 설명회에서 귀빈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미디어스

광고 뺏길 거라던 일반PP·신문…“광고 줄었으나 종편 때문은 아냐”

종편의 개국과 맞물려 광고판매에 큰 타격을 받을 곳으로 지목됐던 매체 일반PP와 신문.

2011년 최문순 당시 민주당 의원은 종편의 개국으로 인해 CJ 및 지상파계열 PP는 기존 총 매출의 약 10~15% 정도 하락, 단일 PP는 총 광고매출의 50%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011년 종편개국으로 인해 신문광고가 약 17%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PP협회 한 관계자는 “광고가 빠진 것만은 분명하지만 경기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PP협회 관계자는 “종편이 출범한지 오래됐지만 시청률이 워낙 저조하다보니까 일반PP들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신문광고업계의 유력한 한 관계자도 “신문에 광고가 많이 안 붙긴 하고 있는데 종편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에서 종편사들의 매출액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며 “종편이 신문광고에 영향을 미친다면 종편을 핑계로 신문에도 광고를 안주고 있다는 평가가 더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박원기 연구원 역시 신문광고 하락의 원인을 “인터넷·모바일 광고가 늘면서 기존 전통매체에 대한 광고가 줄어든 것”, “신문의 구독률 하락도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한 바 있다.

▲ 6월 11일자 '중앙일보' 기사
종편, 앞으로가 더 문제…JTBC의 시청률 반등은 광고로 이어질까?

“종편의 광고 상황이 별로 안좋다”, “죽을 지경”이라는 게 광고업계의 평가이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것도 공통된 견해다.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심사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광고대행사 B관계자는 “종편사 측에서는 월 광고액이 30억을 넘어갔다며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조한 시청률에 설상가상으로 법원의 판결까지 나왔다. 종편에 광고를 주기에는 광고주들이 감당해야할 것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외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종편이 최근 버티기 전략으로 콘텐츠에 투자를 줄이면서 시청률과 광고판매에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종편4사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JTBC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JTBC는 최근 2014년 FIFA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레바논전 중계권을 사들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광고회사 A관계자는 “몇몇 킬러콘텐츠로만으로는 광고판매가 힘들다”며 “중앙이 타 종편보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다보니 까먹어도 제작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채널 특성에 따라 타 종편3사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A관계자들은 “나머지 종편3사가 쟤(JTBC)만큼 달라고 하니까 JTBC 측에서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A관계자는 “JTBC의 카타르전은 물론 레바논전도 많이 광고 판매가 부진했다고 들었다. JTBC 역시 광고판매를 생각했다기보다는 다른 종편들과 선긋기를 하기위해 무리해서 중계권을 사들인 것”이라면서 “하지만 광고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JTBC가 다른 채널보다 시청률이 조금 더 나온다고 해서 광고회사는 특정 종편에만 더 챙겨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JTBC가 타 종편인 TV조선, 채널A, MBN 등과 차별적 광고를 원한다면 기본적으로 시청률에서 안정적으로 2%대를 달성해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A관계자는 “JTBC는 케이블채널로 자리 잡았다”면서 “케이블 채널 중 유일하게 특정 프로그램에 패키지 광고를 판매하는 건 M·net의 <슈퍼스타K>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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