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에서 잘린 지 두 달 정도 돼 가지만, 정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여러 사람 도움으로 소송까지 가게 됐는데 준비과정도 전혀 괜찮지 않다. 전 전혀 괜찮지 않다”

지난해 계약 해지를 통보 받은 MBC <뉴스외전> A 작가가 21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A 작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변론센터는 이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최한 'MBC 뉴스외전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4월부터 지상파 3사의 보도, 시사, 교양 분야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152명의 방송작가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MBC 뉴스프로그램 <뉴스외전> 작가들 또한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근로감독 결과가 발표되기 한 달 전 MBC는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관련기사 : "근로자성 인정해야 하자, 해고하는 MBC")

A 작가는 “두 달 정도 지났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며 “지난해 근로감독이 실시되지 않았다면 제가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가끔 한다. 누구를 위한 근로감독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A 작가는 “지난해 근로감독이 시행되던 중 MBC에선 ‘근로감독 이후 작가들을 자를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 국회의원들에게 소문이 진실인지 질문을 해달라고 말했는데, 다들 ‘설마 MBC가 그러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그 MBC가 저를 잘랐다”며 “이 싸움을 계속하는 게 스스로를 좀먹는 시간이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 최정규 원곡 볍률사무소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들은 특별근로감독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 받았지만 고용노동부로부터 1차 결과를 통보 받고 해고됐다. 이에 한 달 전 고용노동부에 호소했지만 자율적으로 권리구제신청을 하라고 하더라”며 “특별근로감독은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냐. MBC는 비상식적인 횡포를 부리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노동법률사무소 ‘돌꽃’ 노무사는 “작가들이 개별적으로 투쟁해온 노동자성 인정 판결을 들여다보면 방송국에서 일하는 작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자가 아닐 수 없다”며 “거듭 법원 판결문과 노동위 판정문에 명시됐듯 방송 제작이란 목표를 향해 일하는 모두는 사용 종속된 관계일 수밖에 없는데도 방송사들은 노동자가 이길 때마다 부당한 단계를 밟으며 피를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특히 KBS는 법원과 노동위 판정, 고용노동부의 이례적인 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넘게 일해온 방송작가들에게 행정직을 권유하고 계약을 맺었다”며 “방송사들은 작가들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사들의 이러한 조치는 '치열하게 경쟁을 뚫고 들어온 정규직과 프리랜서 방송작가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싶지 않다'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조치”라며 “이런 사용자 조치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용노동부의 책임 방기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지상파 3사 근로감독결과에 따른 이행 과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며 “근로자성 투쟁을 하면서 방송작가들이 자리를 잃을 거라는 우려가 나왔는데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방송사를 향해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작가가 또다시 노동위에 싸움을 해야 한다”며 “작가가 이길 싸움에 방송사는 수천만 원을 쓰고 있다. 그 비용은 방송사 구성원, 스태프, 시청자를 위해 값지게 쓰여야 하는데 방송사들은 여전히 끊임없이 헛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불공정한 고용 구조 문제를 개선하라는 요구에 MBC는 정규직 기자들로 해고된 작가들의 자리를 채웠으며 작가 일자리를 없애버렸다”며 “앞서 MBC는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성을 인정한 <뉴스투데이> 방송작가에 대한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감행한 바 있는데 이것이 준공영방송 MBC가 그들 내부의 불공정에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근로감독의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불공정한 고용 구조를 개선해야 할 MBC는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들에게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노동청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다투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우리는 오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하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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