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 기본권 입장에서 본 디지털 전환> 토론회에서 최선욱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처장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81년 칼라TV가 나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정부가 진행중에 있는 디지털전환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최선욱 사무처장은 “당시는 흑백TV를 가지고 있더라도 TV수신이 가능했지만 57년이 흐른 지금은 강제로 끊겨 아날로그 TV와 부속된 수신 설비가 무용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결론적으로 디지털 전환은 221만 가구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돼 지원을 해줘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선욱 사무국장은 “엄밀히 말하면 공권력의 투입으로 내 재산이 침해받게 생겼으나 디지털전환법에는 그에 대한 보상에 대한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규정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만일 보상규정을 두지 않고 있거나 두더라도 법률로써 규정하지 않는다면 위헌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사무국장은 국가가 보상을 하게 되는 경우, ‘(피해에 대한) 완전보상’으로 가야한다고 강조, “재산권 침해에 따른 보상을 하더라도 (현재 정부의 방침처럼) 일부는 6만원, 저소득층은 전체 등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완전보상의 의미를 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11월 15일 오후4시,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전혜숙 민주당 문방위 소속 의원이 주관·후원한 '국민의 기본권 입장에서 본 디지털 전환'토론회가 국회 130호에서 열렸다ⓒ권순택

“디지털전환특별법은 헌법소원 대상…위헌결정나올 것”


이 같은 최선욱 사무처장의 ‘위헌’주장에 대해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 역시 “권리의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전환특별법은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면서 “헌재에서 이 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우정 교수는 “저소득층, 차상위계층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TV 수상기는 그 사람의 재산”이라며 “디지털전환은 그 재산을 0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무용지물이 된 아날로그TV의 쓰레기 수거비용을 따로 지불해야한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최 교수는 특히 “디지털 전환은 기술뿐 아니라 문화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그러면 TV수상기는 재산만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주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 개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디지털 전환 방식은 국민의 정보격차를 해소해야 할 국가의 의무에도 어긋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토론자로 나선 한석현 서울YMCA 간사 역시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TV는 재산이라는 인식을 많이 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이 재산권 침해로 이어진다는데 함께 했다.

그는 “이것을 디지털 컨버터로 해결하려는 정책부터가 문제”라며 “TV수상기를 바꿔야만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컨버터를 통해 아날로그TV를 그대로 보라는 것 자체가 ‘디지털전환’에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한석현 간사는 “현재 40인치 대의 삼성, LG TV를 통해 TV를 잘 보고 있는데 디지털 전환을 한다며 작은 인치의 중소기업 제품을 지원한다면 누가 쓰겠냐”며 “저소득 계층에 5만 9000원을 부담하고 디지털TV로 바꾸라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완전보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방통위에서 나온 송상훈 디지털전환정책과장 역시 “디지털 전환이 국민의 재산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송상훈 과장은 “그 부분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국회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원들도 아날로그 직접수신 가구 전체를 피해가구로 규정하고 그들의 재산권 침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재산권 침해에 따른 보상을 다른 토론자들과 달리 ‘완전보상’이 아닌 ‘상당보상’에 무게를 실어 설명했다.

그는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완전보상’한 나라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아날로그 케이블가입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디지털 전환이 되더라도 아날로그TV의 효용성이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날로그 방송을 꼭 종료해야할 이유는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선욱 사무처장은 “디지털 전환은 가전사의 상당부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주파수 반납 108㎒ 주파수를 사고 싶어 하는 잠재적 수요자들에 의해 일정들이 확정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아날로그 방송을 꼭 종료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한석현 간사는 “DTV코리아 관계자들도 2012년 12월 31일 종료는 무리라고 이야기한다”며 “유예기간을 두든지 해서 직접수신 기반을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하면 국민들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홍보도 부족하다”면서 “안테나 등을 꽂으면 유료방송 시청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도 홍보가 돼야하지 않겠느냐”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디지털전환 문제를 통신서비스 이용자와의 차별 문제로 바라봤다.

김경환 교수는 “2G서비스의 경우 이용자 2~3명이 남아도 주파수를 끊지 못한다”며 “그러나 디지털 전환은 날짜를 확정해놓고 끊을 테니 시청자들은 알아서 하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2년 12월 31일 종료가 안 될 때의 ‘지연 상정시나리오’를 썼으면 한다”며 “재상정해놓고 체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사회를 본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국민들은 재산권 침해 피해를 입는다”며 “그러나 정부는 이를 두고 ‘불우이웃돕기’, ‘어려운 사람은 도와줘야겠다’는 시혜성 복지사업 개념으로 사고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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