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6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불법농성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가 손해배상 청구대상이 될 수 있을까? 법원은 “있다”고 판결했다. 방조행위란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지난해 7월 22일 새벽에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며 남한강 이포보와 낙동강 함안보 건설 현장을 기습 점거, 농성에 돌입 40일 만에 내려왔다. 이를 두고 4대강 사업 시공사인 상일토건과 BNG컨설턴트가 농성자를 비롯해 해당 농성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환경운동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 염원섭)이 “시위자들과 환경운동연합은 1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반긴 곳은 다름 아닌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16일자 1면에 ‘“4대강 불법농성 지지 성명 환경운동연합도 배상 책임”’ 기사를 게재했다. 사회면에서 따로 ‘불법 시위 가담 안하고 지지 자료 돌려도 ‘방조 책임’’이라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환경운동연합이 농성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린 데 대해 시위자들의 불법행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방조행위’라고 봤다”며 “형사재판과 달리 민사재판에서는 방조자도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염원섭 재판장의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이어 “재판부가 문제 삼은 것은 환경운동연합이 농성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농성 관련 상황에 대한 자료를 배포한 일 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성명서 발표 등 지지 활동만 벌인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방조행위’를 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도 “불법 시위를 지지한 단체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부추겼다.
지지성명을 ‘방조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지만 <중앙일보>는 “농성자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직접 전달하고 소상히 알려 적극적인 도움을 줬기 때문에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이나 일상적인 정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을 적용해보면 <중앙일보>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약칭 민변)과 이광철 변호사에게 반드시 사과해야 일이 있다.
▲ 2008년 7월 1일자 '중앙일보' 기사

2008년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을 무료변론한 민변에 대한 조중동의 공격은 도를 넘어섰다.
<중앙일보>는 2008년 7월 1일 “시위 구속자 무료 변론 민변 변호사 ‘시위할 때 쇠파이프 들 수 있어’”란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제목 그대로 <중앙일보>는 촛불 시위 참가자 변론에 나선 이광철 변호사를 민변 소속이라고 강조, 변론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보면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이어 3차례나 해당 문구를 사용해 민변과 이광철 변호사를 공격했다.
이 같은 중앙일보의 기사는 법정에 올려졌다. 재판부는 “<중앙일보> 등의 기사를 읽어보면 마치 이 변호사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경우 쇠파이프를 들어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읽히고, 폭력시위를 옹호 내지 정당화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촛불집회의 특징은 뚜렷한 주최자가 없다는 것으로 촛불집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대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수십만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하나의 단일한 입장으로 촛불집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촛불집회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촛불집회에 나오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그간 평화적인 의사표시로 얻은 것이 무어냐, 이제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정부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피고인은 쇠파이프를 든 사람도 아니고 피고인이 폭력적인 촛불집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닌데 쇠파이프를 들고 폭력적으로 시위하는 사람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된다면 이것은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이광철 변호사의 실제 변론 내용>
도를 넘어선 중앙일보의 각색이다. 이광철 변호사는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적 없다.
결국 재판부는 “(<중앙일보>가) 이 변호사가 실제 발언한 내용을 전혀 다른 의미로 편집,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정정보도문을 게재 및 이 변호사와 민변에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계일보> 역시 15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재판 결과와 관련해 성명을 내어 “<중앙일보> 보도는 언론 역사상 최악의 거짓·왜곡보도 중 하나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당시 이 보도로 인해 민변과 이광철 변호사가 겪은 피해와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민변과 이광철 변호사,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자기 허물은 보지 못하고 남의 허물만을 부각시켰다. 환경운동연합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반성하고 이광철 변호사와 민변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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