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독점 체제하에 이뤄지던 정부 광고 대행을 복수의 기관과 나눠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재단의 광고 대행 독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광고법이 만들어졌지만 정부광고법이 언론재단의 광고 대행 독점을 규정하고 있어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안(정부광고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광고법은 정부 광고 시행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해 일부 매체에 광고가 편중되는 현상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정부광고법은 언론재단이 정부·공공기관 광고 대행을 독점하도록 법률로 보장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종교방송 4사(CBS 기독교방송·BBS 불교방송·cpbc 평화방송·WBS 원음방송)는 지난해 10월 “시행령에서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독점 조항을 삭제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언론재단의 독점이 확고해지고 인쇄 매체의 광고편중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방송 매체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정부광고 업무의 공공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시행령 제정 취지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지역MBC사장단 협의회 역시 정부 광고 시행령 반대 의견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부광고법 시행령은 언론재단의 정부 광고 독점권을 보장하고 있다. 시행령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광고 업무를 언론재단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문체부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민간참여를 확대하는 부분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법이 시행됨에 따라 언론재단은 정부 광고비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또 언론사가 언론재단을 거치지 않고 정부 광고를 직거래하는 경우 문체부의 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광고 대행 업무에 있어 언론재단 외에 복수의 기관과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계간 방송문화 겨울호에서 “국내 매체 광고는 언론재단이 독점적으로 대행해왔다”면서 “그런데 정부광고 대행사업자의 선정은 공개경쟁입찰에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업자를 훈령과 지침으로 정하여 해당 사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고 썼다.

김우균 변호사는 “정부광고 시행에 있어 일부 매체에 광고가 편중되어 왔다는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지면서 정부광고 시행에 대한 법적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확산되었다”면서 정부광고법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우균 변호사는 “정부광고법 법률안 심사 과정에서 '1개의 특정 기관에 국한하여 운용함으로써 광고주의 대행사업자 및 매체 선택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정부가 광고 재원을 통해 매체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면서 “문체부의 설명대로 ‘정부광고의 효율성·투명성을 위해 단일 창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해해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언론재단에 정부광고 대행 독점권을 준 정부광고법은 위헌의 여지도 있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지상파 방송의 방송광고 판매를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위임한 구 방송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우균 변호사는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독점은)정부기관 등의 광고업무를 대행하고자 하는 민간사업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나 평등권 침해 주장은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집행의 투명성 확보나 수수료 수익의 공익적 활용 등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는 있겠으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좀 더 검토했어야 했다”고 썼다.

김우균 변호사는 “정부광고업무의 대행 기관은 다소 불편이나 비효율이 있더라도 복수의 기관을 선정하고 엄격한 기준 하에 민간사업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여러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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