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7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발표한 ‘예술인 고용보험 정책’이 예술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문화예술계 노동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예술계 각 분야의 노동조합과 당사자 조직은 예술가의 노동자성 인정과 실업급여 수급요건 완화를 주장하며 정부 정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17일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정책포럼 <예술인들은 어떤 고용보험을 원하는가?>에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예술인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용보험 가입요건을 충족시키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예술인 고용보험 정책포럼'이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서울 시민청에서 열렸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홍태화 사무국장은 “예술인의 노동자성 인정이 예술인 복지법의 최초골자였는데 지금은 많이 퇴색됐다”며 “예술인 복지법에 근거해 제시된 이번 문화부 법안에 따르면 예술인은 자영업자와 기준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예술인은 ‘특정한 사업 내지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자’로 규정되지 않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가 발표한 고용보험 정책은 크게 가입대상과 수급요건으로 나눠볼 수 있다. 가입대상의 경우 ‘보수를 받을 목적의 계약에 의해 예술활동을 하는 자’로 명시되어 있다. 문화예술계는 임금양극화가 심해 정작 급여혜택을 받아야 하는 저임금 종사자들은 표준계약서 작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의 박성혜 평론가는 “출연료가 너무 적은 현실에서 고용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며 “무용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인들이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수급요건의 경우 ‘36개월 내 12개월 이상 실업급여에 가입한 자’로 3년 이상 근무하며 1년 이상 실업급여에 가입해야 수급이 가능하다. 문화예술계 특성상 장르에 따라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짧거나 단기적으로 근무가 이뤄진다. 방송작가유니온의 황민주 작가는 “방송작가의 근로 특성상 근무일수와 휴일이 정기적이지 않다”며 “장르·방송사·프로그램마다 근무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작가는 고용관계가 확실한 편임에도 3년 미만 고용자가 전체 고용자의 43%가 넘는다”면서 “문화부가 제시한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반 고용근로자의 근로시간 측정 기준을 예술인 정책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요건충족이 가능한 문화예술인은 많지 않다. 박성혜 평론가는 “무용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국공립 공공예술단체의 연 평균 공연일수가 100일이 좀 넘는다”며 “순수예술 파트에서의 연습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수급요건을 절대 채울 수 없어 산술적으로 어떻게 (근로시간을)책정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날 발제를 맡은 전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목수정 작가는 문화부의 정책과 프랑스의 예술인 실업급여정책 ‘앵떼르미땅’를 비교하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은 이미 노동자”라고 강조 했다. 그는 “예술가들의 노동자성 불인정과 사용자의 분담금 배제 등 법안이 노사가 협력하여 해당 영역의 해법을 찾고 구축해 갈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앵떼르미땅’의 경우 노조의 요구에 의해 제도가 탄생해 문화예술인의 노동자성 인정은 물론 문화예술계 노동현실에 적합한 지원정책을 명시하고 있다. ‘앵떼르미땅’은 예술인과 사용자측 분담을 통해 재원마련이 이뤄진다. 사용자측이 예술인 분담금의 2배를 지급한다. 수급요건은 ‘12개월 내 507시간(약 3개월) 이상 실업급여 가입’이다.

목수정 작가는 “문화예술인 근로시간은 평균 시간 책정이 어렵고 장시간 근로가 일상적이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이 아닌 12시간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현행 안은 507시간, 약 3개월로 표시되어 있지만 사실상 한 달 반이면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목수정 작가는 “프랑스는 예술인 실업급여 가입을 의무화 해 세금을 원천 징수하고 있다”며 “고소득자의 강제 참여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산업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목수정 작가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004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위원으로 재임하며 영화 현장스태프에 대한 근로자 인정을 주장한 바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문화예술인 노동자성 인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2004년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영화 현장스태프의 근로자 인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영주 장관은 당시 환노위 위원으로 “엄격한 지위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고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는 이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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