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최근 MBC시사제작국에 번진 기자·PD들의 ‘제작거부’에 대해 김도인 시사제작본부장을 불러 긴급보고를 들었지만 큰 소득 없이 끝이 났다. 정작,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MBC경영평가 보고서 채택은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이 채택을 미루자고 주장해 또다시 연기됐다.

방문진은 9일 오후 4시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김 본부장에게 ‘MBC편성제작본부 긴급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이 MBC경영평가 보도·시사 부문 수정을 요구하면서 개최됐지만 고영주 이사장 등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이 시사제작국 현안 보고를 요청, 해당 보고도 함께 이뤄졌다. 고 이사장과 유의선 이사는 이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이날 방문진에는 조선일보·미디어워치·미래한국일보·뉴데일리 등 보수언론 기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 방문진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시사제작국 ‘제작거부’ 사태 관련 일부 기자들에게 자신의 방문진 출석 및 보고 사실을 사전에 알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사진=연합뉴스)

김 본부장은 <PD수첩> PD들의 기획안에 대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다루기 위해선 이에 반박할 만한 새로운 사실이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우리나라의 전반적 노동문제와의 연결지어 설명하는 부분도 논리적인 구체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가 덜 될 기획안으로 방송을 하면 공정성·균형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아이템을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 여권 추천 이사진 또한 이 같은 주장에 동의했다.

구 야권 추천 이사진은 “제작간부의 <PD수첩> ‘제작자율성 침해’로 시작된 시사제작국 기자·PD들의 ‘제작거부’ 사태는 누적된 불신이 터진 것”이라며 경영진 및 본부장 등과 제작진 사이의 불신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강욱 이사는 “<PD수첩> 제작진이 제출한 기획안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판결이 있게 된 배경이나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보겠다는 것이었다”며 “공정성·균형성 등으로 안팎의 비판을 받아온 MBC경영진이 이를 문제로 삼기 때문에, 제작진의 불신이 점화돼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잘못한 건 인정하면서 제작진과 논의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토론하는 기간이 있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진행을 맡은 김원배 이사는 여야 이사진의 엇갈린 질의가 잇따르자 “제작진과 경영진이 한 팀을 이뤄서 ‘한상균 아이템’ 관련 논의를 하고 제작해서 방송해달라는 의견을 경영진 측에 전해달라”고 김 본부장에게 당부하며 회의를 끝맺었다.

방문진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은 김 본부장의 보고 이후 MBC경영평가 결과 승인 및 공표 결의건을 논의가 시작되자 두 명의 이사가 불참했기 때문에 채택을 미루자고 주장했다. 구 야권 추천 이사진들은 앞서 구 여권 이사진들의 반대와 수정요구 때문에 4차례나 논의된 사안이라며 강력하게 채택을 주장했지만, 구 여권 추천 이사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채택은 무산됐다. 유기철 이사는 “MBC경영평가에 김장겸 현 사장이 보도본부장 당시에 보도·시사 부문이 망가졌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다수 이사진이 이같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경영평가 채택 안건은 다음달 7일 예정된 정기이사회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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