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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따뜻한 영화[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 / 문화평론가 | 승인 2010.03.04 14:52

<반두비>는 ‘제2의 똥파리’라고 불리며 잠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국내의 이런 저런 작은 영화제들에서 상을 받았던 이 작품은,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인 2009년 말에 낭트 3대륙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끝내 대중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우리 국민은 최근 <아바타>와 <전우치>라는 판타지 액션에 흠뻑 빠졌었다. 특히 <아바타>는 판타지 중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인공은 현실에선 다리를 못 쓰는 퇴역군인으로 무력한 존재이나, 첨단기술을 통해 완전한 신체와 용기를 가진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이상적인 자연환경 속에서 이상적인 우애를 나누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아바타>는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사실적이라는 3D 기술로 전해준다. 관객은 이것을 통해 아름다운 환상에 빠지며, 극장을 나선 후엔 그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 심지어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런 식의 영화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니 <반두비>같은 영화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두비>는 정확히 그런 판타지 영화들의 반대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건 판타지가 아닌, 우리의 생생한 현실 그 자체이다. 그것도 전혀 아름답지 않은 우울하고 어두운 한국사회의 치부를 이 영화는 그려준다. <아바타>가 마침내 주인공이 영웅이 되어 승리를 쟁취하고 새로운 삶으로 진입하는 결말인 것과 달리, <반두비>의 결말은 행복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울하지 않다. <아바타>가 관람 후 관객에게 상실감, 우울감, 허탈감 등이나 대규모 물량의 쾌감을 안겨준다면, <반두비>는 충만한 삶의 느낌을 전해준다. <반두비>가 허황되지 않고 생생하게 우리 사회의 현실을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한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다. 남자주인공은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로서 한국인 사장에게 월급도 못 받고, 욕설을 들으며, 얻어맞기까지 하는 처지다. 그런 그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인 여고생을 만나게 된다.

   
 
이 여고생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다. 한국인이므로 강제출국 위협을 안 받을 뿐이지, 삭막하고 고통스런 삶을 사는 것은 이 여고생도 이주노동자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들이 만나 남녀의 차원을 떠나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얼마나 매몰차게 대하는지, 인종차별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그려간다. 인종차별엔 사장인 기득권층과 실업자인 일반 서민의 구별이 없다. 모두 남자주인공을 밀어낸다.

여고생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성인업소에서 손님으로 온 담임을 만나 처음으로 면담기회를 잡았을 정도로 외롭게 그려지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약자와 타자들이 얼마나 악전고투를 치르며 살아가고 있는 지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런 약자와 타자가 만나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는 이를 따뜻하게 한다.

<아바타>같은 장쾌한 물량공세와 액션은 없지만, 우리 현실의 인간적인 정을 더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이야기 전개가 지겹지도 않아서, 큰 부담 없이 볼 만한 작품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 / 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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