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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면전에서 한시 읊은 검찰총장공수처 신설·검경수사권 조정, 부정적 입장 드러내 갈등 예고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7.26 09:09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히 개혁되어야 할 권력기관을 세 개 꼽으라면 그 중 하나에는 반드시 검찰이 들어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지를 불태워 왔다. 그 문제적인 검찰 조직의 수장이 25일 취임했다. 그러나 검찰 개혁의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취임식 자리가 그렇다. 파격적인 모습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검사들이 도열하지 않았고, 일반 시민들의 직접적인 비판 여론까지 동영상에 담아 화면에 띄워 검찰총장이 직접 답변하는 나름의 형식 파괴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파격을 통해 드러낸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기부터 바꾸겠다면서 투명한 검찰, 열린 검찰의 개혁모델을 제시했다. 수사기록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수사 방식을 변화시키며 권위적 내부 문화로부터 탈피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좋은 얘기들이지만 비판 여론이 불거질 때 검찰 조직이 늘 내놓는 답이라는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 의문인 것은 이런 틀에 박힌 전망들이 국민이 요구하는 검찰개혁에 들어맞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차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이 요구하고 정치권이 논의하는 검찰 개혁은 구체적으로 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대표적이다. 물론 공수처 설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형식만 놓고 보자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나 비슷하다. 경찰의 권한이 늘어나는 것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보라.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지금과 같은 형태의 검찰개혁 논의를 지지하는 것은 검찰이 그야말로 해도 해도 너무하기 때문이다. 검찰 스스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실효가 없다는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태도 역시 이 점을 보여준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우병우 라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정치권이 ‘우병우 라인’을 말하는 건 ‘우병우’라는 자연인의 지인들을 조직에서 쫓아내자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의 필요에 맞춰 공생하며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검찰의 문화를 바꾸라는 것이다. 여기에 “모른다”는 답을 한다는 건 검찰이 스스로를 바꿀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취임식 메시지가 겉으로만 파격적이고 알맹이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잡음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 자리에서 한시를 읊어 또 다른 화제를 만들었다. 대만과 중국에서 활동한 난화이진이 논어별재에 수록했다는 이 한시의 내용을 풀어 쓰면 이렇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겠는가.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지만 농부는 비가 오길 바라고,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란다.” 각자 처지에 따라 바라는 게 다른 게 인생의 원리라는 얘긴데, 대통령 생각과 검찰 조직의 생각은 다르다는 의사 표시로 읽힐 수도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 시를 언급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자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해 반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일련의 그림만 보면 검찰 개혁 주장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자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검찰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청와대와 검찰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한시를 읊은 이유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정치권의 상반된 요구 때문에 곤혹스러웠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지 대통령 면전에서 대놓고 들이 받은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앞서의 맥락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상황을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감도는 ‘전운’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일보는 지난 6월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검찰이 청와대 일부 직원이 대기업 법인카드를 받아 쓰고 다닌다는 첩보에 따라 민정수석실 관련 인사 등의 뒤를 밟아 이 첩보의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첩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정권 초에 검찰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에 대한 개혁을 말하는 청와대의 주무 부서에 이런 일을 한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일보는 이런 정황을 밝히며 “범죄정보 수집은 검찰 권한 가운데 법률로 보장된 것이 아니어서 적법성 논란에 휘말려 있다”고도 지적했다.

새삼 이 칼럼 이야기를 꺼내는 건 25일 이 내용을 떠올릴만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날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 소속 수사관 전원 교체 지시를 내렸다. 동아일보는 26일 지면에 이를 전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 수사관 전원 교체가 ‘정치 보복’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며 “올해 5월 대선을 전후해 범정이 현 여권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했고 그 때문에 범정 전체가 청와대의 눈 밖에 났다는 것”,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가 검찰로 돌아와 범정에 근무하며 청와대와 자주 연락하는 업무를 담당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썼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속행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마 이것으로 일단락되지 않을 거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벌인 일들이 앞으로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증거로 채택됐다는 점이 그렇다. 이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이 모 전 행정관인데, 그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문건을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우병우 전 수석은 문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최후의 최후에는 결국 이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 범위에 들어가는 일이었고 사적 이익을 취한 바도 없으므로 무죄라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검찰 등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이 다루는 정보가 어떻게 공유되고 활용됐는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문건 문제가 일파만파가 되는 것을 보라.

이렇게 보면 검찰 권력의 처지는 마치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언제까지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라는 상상도 가능하다. 과거 정권에선 언론과 손잡은 권력이 말을 듣지 않는 검찰총장을 날린 일도 있었다. 주인공은 다르겠지만 이번에도 조연으로 언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 게 아닐까 추정한다. 정권은 바뀌었는데 구질서의 권력사슬은 그대로인 현실이 당혹스럽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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