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의 지휘봉을 잡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5당 대표 회동을 거부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홍 대표가 미국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 등을 빌미로 회동을 거부했는데, 회동 거부의 이유로는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5당 대표 회동 제안에 홍준표 대표는 "이번 5당 대표 회담을 하면 반드시 그 문제(한미FTA)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정권 출범 후 첫 대변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미FTA를 통과시킨 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6일에는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길을 간다"면서 "저들이 본부중대, 1, 2, 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려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고 말했다. 17일에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접 홍 대표를 찾아 회동 참석을 설득했지만, 홍 대표는 끝내 거부했다.

홍준표 대표의 문재인 대통령-5당 대표 회동 거부에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유 아닌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제1야당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18일자 한겨레 사설.

18일자 한겨레는 <홍준표 대표의 너무 속좁은 '청와대 회동' 거부> 사설에서 "이번 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다"면서 "홍준표 대표의 독불장군식 정치로 여야 협치가 훼손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 회동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제1야당 대표인만큼 다른 야당 대표들과 섞이기 싫다는 것이고, 한마디로 '독상'을 차려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를 마친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회동해서 그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관례"라면서 "홍 대표의 몽니는 속좁은 정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홍준표 대표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18일자 경향신문은 <청와대 회동 거부 홍준표, 제1야당 대표 맞나> 사설에서 "(홍준표 대표의 회동 불응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여야 대표가 만나는 자리가 반쪽이 될 처지"라고 강조했다.

▲18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홍준표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거론하며 "처음부터 불참하기로 입장을 정해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면서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당의 대표가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거부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당 대표가 이러고 있으니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를 리 없다. 한국당 지지율은 반년째 한 자릿수 안팎에 그치고 있다"면서 "한국당은 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준표 대표는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하는 것이 좋다"면서 "제1야당의 존재감은 반대를 위한 반대나 거친 말로 부각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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