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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남 탓' 할 때 아니다'안철수' 상품성 말고 존재 이유 없어...노선의 차원에서 혁신에 나서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7.10 07:59

전형적인 광경이다. 검찰은 9일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을 걸로 판단하고도 내버려 둔 혐의다. 국민의당은 검찰의 영장 청구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외면하고 상대의 의도를 문제 삼으며 남 탓만 하는 정치가 계속되는 광경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말 이유미 씨에게 문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구해오라며 청년위원장 자리를 대가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 걸로 파악했다. 또 검찰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 씨가 조작해 제공한 녹취록을 보도해달라며 특정 언론의 기자와 접촉했고, 보도가 불발되자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에 관련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도 파악했다.

이러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행위를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미필적 고의’의 논리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 자리에서 “설령 조작된 것이라 하더라도 공중으로 유포되면 상대방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용인하고 국민의당 시스템을 풀가동해 유통한 것은 네거티브 조작의 특징이다”, “그런 사실과 결과, 후폭풍을 용인한다는 것은 형사법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조작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이를 의심할만한 상황에서 “조작이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마음을 먹었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 열린 긴급 지도부 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은 이 발언을 들어 “추미애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애초 이 사건을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으로 보았는데 추미애 대표의 입장 표명 이후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이준서 전 최고위원까지 엮는 어떤 ‘무리수’를 뒀다는 취지의 얘기다. 이런 정치적 맥락이 형성된 덕분에 국민의당은 사실상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당사에 걸어놨던 현수막 중 ‘협치’를 언급한 것을 떼어내는 등의 ‘강력 반발’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추미애 대표의 발언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는 경우에도 조작 자체를 이유미 씨가 단독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로 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느냐 마느냐는 커다란 차이를 갖는다. 이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직면하게 된 정치적 위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8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내부에서 ‘연기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일정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일각에서는 ‘젊은기수론’ 등이 제기되는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흐름은 국민의당이 안철수 전 의원과 거리두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민의당에서 당내 갈등은 그간 안철수계와 비-안철수계의 대립으로 비쳐져 왔다. ‘세대’를 말한다는 것은 당분간 이 갈등의 기준이 해소된다는 얘기다.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제보 조작 사건의 직접적 수혜자가 안철수 전 의원이니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안철수 전 의원이 없는 국민의당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간 국민의당이 자신의 존재 의의로 내세워 온 것은 ‘안철수’라는 상징의 정치적 상품성 외에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안철수 전 의원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커다란 위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의도의 호사가들이 이번 사태가 ‘엑소더스’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여전히 말하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명분과 조직 기반이라는 양쪽의 위기에 처해있다. 앞서 언급한 부분이 명분에 관한 것이라면 호남 지역의 외면은 조직 기반의 붕괴를 예고한다. 명분도 잃고 조직적 기반도 무너지며 얼굴이 될 대표선수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더 이상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7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충남·세종 민심경청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준용씨 의혹 조작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일 국민의당이 어떻게든 현재의 세를 유지해 국회 내 다당제 질서의 중심축 역할을 고수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뼈를 깎는 혁신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혁신의 방향은 문재인 정권의 음모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노선의 차원에서 자기 존재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언주 의원의 “밥하는 아줌마”로 다시 화제가 된 일련의 반노동자적 인식과 안철수 전 의원의 공허한 ‘새정치’, 거기에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조작이라는 사건을 한 그릇에 담아 놓은 정당으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의 혁신은 과연 현재의 국민의당으로 가능한가. 그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안철수 전 의원을 따르는 이들은 국민의당이 겪어 온 구태한 정치의 일면들을 모두 기성 정치권 출신 인사들의 문제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해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추미애 대표 탓만을 하는 것이다. 위기의 본질적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당은 정치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추미애 대표의 관련 발언은 같은 당 소속의 주요 인사들도 우려를 표할 만큼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추미애 대표는 야당이 아니라 여당의 대표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염원인 검찰개혁에 조금도 미온적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강하게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밀어 붙여야 한다. 정치의 세계에서 그저 바른 말을 하는 것으로는 언제나 불충분하다는 건 재론하지 않아도 될 사실일 것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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