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내부에 들끓고 있는 ‘김장겸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명 성명에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나혼자산다>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예능 PD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김장겸 사장을 향해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MBC 예능 PD 47명은 22일 낸 기명 성명에서 “사람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됐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면서 “웃기기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예능 PD들은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쓰고, 노래 한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하는 거 보면 지지리도 할 일이 없는 게 분명하다”며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2일 오전 11시40분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 ‘김장겸·고영주 퇴진행동, MBC 선언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예능 PD들은 “(회사는) KBS, SBS는커녕 케이블·종편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제작비를 깎는다”며 “출연자 섭외할 때마다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늘 광고가 완판 되는 프로그램은 짐 싣는 승합차 한 대 더 썼다고 치도곤을 당했는데,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 씩 쏟아 붓는다”고 비판했다.

예능 PD들은 “좋은 예능 만들겠다며 젊음을 쏟아 달려왔는데 어느새 보람도 보상도 없는 곳에 서있다”면서 “회사는 시사교양국 없애고, 기자고 아나운서고 쫓아내고, 뉴스로 개그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예능 PD들은 또한 “함께 고민하던 동료들은 결국 ‘PD다운 일터’를 찾아 수없이 떠났다”며 “매일 예능 뺨치게 웃기는 뉴스만 만드는 회사는 떠나는 동료들 등 뒤에는 ‘돈 때문에 나간다’며 웃기지도 않는 딱지를 붙인다”고 비판했다.

예능 PD들은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라며 “웃기는 건 우리 예능 PD들의 몫이니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명 성명에는 <무한도전> 김태호·김선영·정다히 PD, <라디오스타> 박창훈 PD, <나혼자산다> 황지영·임찬 PD, <마이리틀텔레비전> 박진경·이재석 PD 및 권해봄 조연출, <발직한 동거> 최윤정 PD, <세모방> 김명진·최민근 PD 등 총 47명의 예능 PD들이 참여했다.

지난 달부터 MBC 사내 게시판에는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회사는 해명 성명들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했단 이유로 지난 7일 사내 게시판 성명 가운데 13건을 삭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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