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서 박근혜 정권의 ‘대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의 최근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외부 언론에 자사 간부들을 비판하는 기고했다는 이유로 제주로 전보발령을 냈던 정연욱 기자와의 소송 1심에서 최근 사측이 패소하자 항소를 포기했다. 정권 교체 이후 사장 임기를 보장 받기 위한 유화책을 쓰려는 처사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곧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 보도국장 인사에 따라 고 사장의 의도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지난달 20일 정 기자에 대한 인사명령을 취소했고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 KBS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사측이 노사 간 소송에서 대법원 판결 이전에 포기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 이후 고 사장이 기존 ‘파괴적 노사관계’의 기조를 바꾸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고대영 사장의 임기(2018년 11월까지)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정권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여부가 주목된다면서 ‘새 보도국장 인선’에서 고 사장의 기조가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고대영 KBS 사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1.29 scoop@yna.co.kr(끝)

복수의 KBS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보도국장은 1년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곧 보도국장 인사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새 보도국장 인사에 대한 하마평도 오가고 있다고 전해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고 사장이 새 보도국장 인사를 내면 어떤 의중인지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면서 “강경대응으로 농성 모드에 들어갈 것인지, 탕평 내지 눈치 보기로 유화적임 움직임을 취할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이 유화책을 펼칠지라도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YTN 조준희 사장이 자진 사퇴하자 언론계 내부에서는 ‘언론적폐 청산’의 신호탄이 터졌다고 평가했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지부장 및 집행부는 24일 결의문을 내고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즉각 KBS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또 언론노조는 지난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고 사장과 이 이사장’ 등에 대한 퇴진 촉구 투쟁을 결의했다. 문재인 정부도 ‘촛불 개혁 10대 과제’ 중 하나로 ‘박근혜 정부 언론 탄압 진상조사 착수’를 내세웠고,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고 사장이 남은 임기 내내 안팎의 사퇴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KBS 정지환 보도국장 한국참언론인대상 수상' KBS 보도 사진

한편, 정지환 보도본부 보도국장은 지난 2015년 12월 고 사장 취임 이후 단행된 인사에서 임명돼, 1년 6개월 가까이 직을 수행해왔다. 정 국장은 지난해 언론 보도로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도 편집회의에서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야? 측근이 맞냐? 어떻게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냐”면서 최 씨 관련 발제를 묵살했다.

또한 지난 2015년에는 세월호 청문회 보도를 요구하는 기자협회장의 요구에 “편집권 침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노보에서 “정 국장은 KBS 보도를 편파로 얼룩지게 만들었고, 문재인 후보 헐뜯기 보도, 과도한 북한 안보 뉴스로 인해 KBS를 망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정지환 보도국장을 포함한 KBS 보도본부 국·부장단 31명은 실명을 밝히며 정연욱 기자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최근 현안에 대한 보도본부 국부장단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외부 매체에 황당한 논리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고를 하고서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정연욱 기자의 제주 발령을 당연시하는 주장을 펼쳤다. 정지환 보도국장을 포함해 보도본부 간부들이 실명을 밝히며 소속 기자를 비판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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