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먹거리 창출을 위한 KBS 수신료 인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심지어 상반기 추진 가능성조차 거론된다. 정말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보다.

미디어행동은 방송통신위원회와 KBS에 수신료 인상의 전제를 제안하고 그 답을 기다리고 있으나 담당자들은 말을 아끼고 또 아낀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신료 인상분만큼 광고를 내주고 나면 마땅히 국민들에게 되돌려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국민들은 수신료 인상 거부 뿐 아니라 납부 거부까지를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TV를 없앰으로써 수신료를 거부하는 방안 등이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권력의 목소리만을 전하는 뉴스9가 부활되고 750억이라는 흑자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비상식에 저항하기 위한 준비운동이다. 시청료 거부를 통해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던 국민들이 아닌가? 국민들은 오로지 이 오만방자한 정책이 집행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해온 상황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수신료는 미디어 공공성의 핵심 기반이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엄청난 손해를 가져올 것이다. 광고에만 의존하는 다매체 다채널 환경이 가져올 다양성의 파괴라는 후유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공영방송이라고 해서 공영방송의 존재의미가 부정될 수는 없다. 상업적 서비스가 해결해줄 수 없는 질 높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한시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그 기반을 상업적 서비스 강화를 위한 거름으로 악용하고, 그로 인해 국민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은 5년에 한 번씩 가름할 수는 일이지만, 공공서비스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언론운동진영이 하여야 하는 핵심 역할은 두 가지 사안의 본질을 분리하는 데 있다. 하나는 수신료의 역할과 사회적 의미를 공고히 하는 것이고, 둘은 이를 사사로이 보수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권의 의도를 폭로 무산시키는 것에 있다.

그 핵심에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이라는 이슈가 있다. 종편 안착을 위한 수신료 인상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정녕 사실이 아니라면 정권은 이에 화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한 TV토론을 제안한다. 그 안에서 다루어질 절차와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필요에 공감하는 국민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논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는 형식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거버넌스의 실현과정이어야 한다. 수신료 인상 논의를 위한 기구가 발족되어야 하며, 적정 수신료를 산정하고 이를 관리 감독할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투명한 회계 분리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KBS인 혹은 정권의 편의를 위한 수신료 인상이 아닌 국민을 위한 수신료 인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둘째, 수신료 인상분은 공공서비스의 안정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제공, 디지털환경에서의 정보격차 최소화를 위한 비용에 전면 투여되어야 한다. 즉 디지털 지상파 직접 수신 인프라 확대와 지상파방송의 책무 강화를 위한 프리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미 2010년 올해부터 아날로그 지상파방송 중단을 실험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예정이고 해당 지역의 밑그림이 2012년 아날로그방송 전면 중단의 미래를 그려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종편의 안착은 유료방송 가입자 범위의 확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정책기관은 지상파 직접 수신 인프라와 관련된 투자에 전적으로 인색하며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조차 직접 수신 가능성을 설명하는 홍보작업을 교묘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무료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을 기본으로 하여 유료방송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도록 해달라는 국민들의 기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수신료 인상으로 인해 국민 부담이 증가되고 유료방송 가입으로 인한 부담은 부담대로 남는 어이없는 미래로 가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그리고 인터넷을 포함한 뉴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방송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공중파 방송의 광고시장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이로 인해 방송국 운영의 위기를 느끼던 공중파 방송국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 고심하던 중 방송 프로그램의 유료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최진봉의 뷰파인더37 미디어 소유 집중이 불러온 재앙 : 미국에서 무료 공중파 방송은 사라진다? 프레시안 기사 중에서>

얼마 전 프레시안에 올라온 이 칼럼은 매우 충격적이다. 무료 공공서비스가 자본에 의해 소멸되는 상황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밉다고 해서 이런 미래를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우리의 당면 현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료방송을 유지시키고 좋은 방송프로그램을 얻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하여야 한다면 이를 반대할 국민은 없다. 수신료 인상은 광고 축소와 맞바꿔지는 것이 아닌 공공서비스 강화와 연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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