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주차는 징검다리 연휴가 포함되어 있어 KBO리그 각 구단들의 관중 동원 측면에서 Super week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니나 다를까, 5월 2일 화요일 주중 경기에도 5개 구장 합계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하였다. 5월 3일 석가탄신일에는 문학구장과 고척스카이돔이 올 시즌 첫 매진을 기록하는 등, 5개 구장에 93,07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5월 5일 어린이날 휴일을 앞둔 5월 4일에도 야구장에는 84,823명의 관중이 운집하였다. 고척돔은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하였다. 물론 원정팀이 전통적인 인기구단이자 올 시즌 1위를 달리는 KIA 타이거즈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고척돔을 제외한 4개 구장이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미래의 야구팬이자 그라운드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의 동심으로 야구장은 가득 메워졌다. (입장관중 : 86,603명)

3일 연속 야구장은 8만 명이 넘는 구름관중이 몰려들면서 흥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6일부터 전국의 맑은 하늘을 뿌옇게 덮어버린 미세먼지로 인해 KBO리그 흥행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당연히 매진될 것으로 기대된 잠실구장의 LG vs 두산 맞대결은 이틀 연속 21,000여명의 관중 밖에 들어차지 않았다. 사전 예매표가 대량으로 취소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그나마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고척돔에는 이틀 연속 10,000명에도 채 못 미치는 관중이 입장했다. 올 시즌 들어 염경엽 시리즈라는 새로운 별칭이 붙을 정도로 매치업에 관심이 모아진 SK와 넥센의 대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척돔은 빈자리가 상당히 눈에 많이 띄었다. 아예 외출할 의욕조차 꺾어버리는 기분 나쁜 미세먼지로 인해 KBO리그는 5월 1주차 Super week를 최대한 활용할 기회를 많이 놓치고 말았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거리 시야만큼이나 중위권 판도 분별이 어려운 5월 1주차 KBO리그를 요약해 본다.

1. 3강으로 도약한 LG 트윈스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0-4로 승리를 거둔 LG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LG트윈스의 기세가 무섭다.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의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무려 8년 만에 스윕을 따냈다. 그리고 두산과의 전체 시리즈를 놓고 보더라도 2012년 이후 5년 만에 3연전 스윕을 기록했다. 매 경기 접전이었지만 고비를 넘어서는 힘이 붙었다. 특히 2차전에서는 선발투수에 프로 2년차 김대현을 내세우고도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고, 마무리는 주전 신정락이 아닌 중간계투 요원 최동환이 올라와 경기를 기어코 마무리했다. 공격에서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휴식을 위해 대신 출전한 강승호가 맹활약을 펼쳤다.

94~95년 전성기 당시 LG 트윈스와 비교한다면 류제국(6승), 소사(4승), 차우찬(3승), 임찬규(2승, 평균자책점 1.30) 등이 지키는 선발진은 이상훈, 김태원, 정삼흠, 인현배 등이 지키던 선발진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또한 진해수, 윤지웅, 김지용, 정찬헌, 신정락 등을 통해 차명석, 강봉수, 박철홍, 김용수 등이 지키던 견고한 스타시스템 투수진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노장 박용택, 정성훈이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고 외인 4번타자 히메네스가 중심을 잘 지키고 오지환, 이형종, 양석환, 유강남, 김용의 등 젊은 타자들이 활력을 더해주는 타선은 해결사 한대화, 노찬엽, 김동수 등의 베테랑과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 신진 세력이 조화를 이룬 타선을 연상시킨다.

1,2위를 달리고 있는 KIA나 NC보다 투수진은 더 안정적인 LG는 공격력의 클러치 능력을 보강한다면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과연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존의 과학(DTD)이 아닌 새로운 과학을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 오를 듯 말듯 정체를 거듭 중인 롯데, SK, 넥센, 두산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1사 2, 3루 LG 박용택에게 중전 2타점 1루타를 허용한 두산 선발 유희관이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공할만한 타력을 보유한 SK (팀 타격 WAR 7.46 - 전체 1위, 득점권 타율 0.312 - 전체 1위)는 아직 안정감이 부족한 계투진과, 타선에 비해 허약한 선발투수진으로 인해 좀처럼 승패마진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5위와 6위에 올라 있는 넥센과 롯데는 가장 강력한 토종 선발투수진 (넥센)과 안정된 선발투수진 (롯데 - 이대호가 가세했지만 공교롭게도 투수력으로 경쟁력을 발휘 중이다.)을 보유했지만 승패 마진이 마이너스이다. 5월 1주차에 양팀은 주중과 주말에 KIA를 만난 것이 불운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강력한 경쟁력이었던 선발투수진 '판타스틱 4'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시즌 초반 강자의 위용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LG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준 것이 뼈아팠다.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보우덴의 몸 상태가 변수이다. 만약 단기간에 회복이 어렵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3. 나도 중위권! 한화, 나도 중위권? kt

4월 3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한화 선발투수 이태양이 2회 실점을 허용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나란히 8위에 올라 있는 한화와 kt는 같은 14승 18패라도 느낌이 다를 것이다. 4월 마지막 주 1승 5패의 부진을 겪으면서 벌써부터 하위권을 예약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게 했던 한화는 5월 1주차에 2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면서 다시 중위권 경쟁에 뛰어 들었다. 특히 5-4로 뒤지던 9회 초에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은 SK와의 주중경기 1차전이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었다.

선발투수 로테이션 중 오간도, 배영수 등은 제 몫을 해주고 있으나 송은범, 안영명, 이태양 등이 좀처럼 자기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간계투진에 전달되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발 로테이션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kt는 8연속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면서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수를 다 까먹고 말았다. 시즌 순위 9위까지 추락한 kt는 여전히 치고 올라갈 희망은 보인다. 일단 투수진이 지난해에 비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희망신호이다. 다만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다시 추락하면서 선수단 내부적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덕장 김진욱 감독의 입장에서도 이전에 맡았던 두산과 달리 기본전력이 허약한 kt는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자신감 부여를 해줄 필요가 있는 상황인 만큼 리더십의 개입 범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4. 지는 법부터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는 삼성

6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에게 12대 1 승리를 거둔 삼성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 라이온즈는 리그에서 이기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팀이었다. 경기 중에 리드를 당하더라도 절대로 상대방에게 흐름을 쉽게 내주지 않는 강팀의 면모를 지닌 팀이었다. 하지만 불과 2년이 지난 지금 삼성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상대방의 기를 너무 쉽게 살려주는 것 같아 우려될 정도이다.

5월 2일 두산과의 주중 첫 경기에서 9회 말까지 5-2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고, 골치를 썩이던 용병 러프의 결승홈런으로 기어이 경기를 잡는 저력을 발휘했다. 상대방 필승조인 이용찬, 이현승을 상대로 얻어낸 역전승이라 더욱 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서 10실점을 내주며 대패하더니 주중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선 무려 17점을 내주면서 상대팀으로 하여금 역전패의 후유증을 깔끔히 날려 버리도록 아낌없이 몰아주었다.

NC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삼성은 모처럼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한 경기를 따냈지만 나머지 두 경기에선 각각 7점, 13점을 내주면서 상대의 기를 팍팍 살려줬다.

올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팀 실점 200점을 넘어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대 최악의 팀 평균자책점이라는 불명예를 얻을 수도 있다. 지더라도 상대방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급기야는 상대방이 아끼는 카드인 마무리 투수까지 마운드에 올려야 하는 상황을 연출해야 장기 레이스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삼성의 경기를 보면 상대방의 기를 과도하게 살려주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속출한다. 지는 법부터 제대로 배워야 탈꼴지의 발판 마련이 가능해 보이는 시점이다.

5월 1주차도 각 팀간에 뜨거운 순위경쟁이 펼쳐졌다. 과연 올 시즌 판도는 어떤 형태로 마무리 될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속출되는 KBO리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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