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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대선, 문재인 부산 유세가 던지는 더 큰 의미[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4.23 09:54

우선 이 글의 말머리에 대한 설명부터 하고 싶다. 87년 이후 2012년까지 네 번의 대선은 모두 추운 겨울에 치러졌다. 그리고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궐선거가 된 이번 다섯 번째 대선은 모처럼 따뜻한 봄에 치러지고 있다. 그렇다고 제도언론에서는 장미대선이라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애써 촛불대선이라 하지만 제도언론은 그 명명을 거스르고 있다. 

그러나 말은 제대로 하자. 이번 대통령 선거는 촛불혁명이 만든 것이기에, 선거가 치러지는 시기보다는 그 의미에 맞추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촛불광장이 한창일 때에 모든 언론은 시민들에게 낮은 자세로 대했다. 그런데 언론은 가장 먼저 이번 대선에 장미대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굳이 시민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은 아니가 싶다. 이제 다시 언론이 시민을 이기려고 드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방조, 부역했다는 자성도 잠시 어느새 언론은 자기 본성을 참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촛불대선이라는 명칭을 강조해야겠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유세 속으로 촛불 시민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유세장마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예상하거나 혹은 기대한 쪽에서만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왼쪽)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박정태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와 유니폼을 입고 빨간 봉투를 머리에 올린 뒤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분명한 것은 그것을 미리 읽고 준비한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유세가 시작되고 먼저 화제가 된 것은 더민주 의원들이었다. 이재정, 진선미, 표창원 등 나름 유명세를 탄 의원들. 국회에서 장관들은 물론 국무총리까지도 호통을 치던 얼굴들이 시민들 눈앞에서 춤을 추고 망가지는 모습은 감추지 않았고, 그런 모습에 지지자와 시민들은 더욱 뜨겁게 유세를 즐기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의원들이 후보의 유세 전후에 의무가 아닌 열정으로 춤을 추기까지 하는 모습은 어떤 유세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었다. 그것은 바로 촛불집회로부터 온 것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다. 

보통은 후보의 연설이 끝나면 유세장도 해산하는 것 당연했지만 그런 의원들과 당직자들, 운동원들의 적극적인 뒤풀이 유도는 유세장을 찾은 지지자와 시민들을 더욱 흥겹게 해주었다. 쉽게 말해서 유세장의 콘텐츠가 훨씬 풍부해진 것이다. 그 말은 즉 마치 촛불집회가 그랬던 것처럼 시민들이 유세장을 찾을 이유가 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집중 유세에서 시민들이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문 후보와 부산갈매기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에 따라서는 유세장을 찾은 것이 모두 동네 마실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모처럼 시간을 낸 시민들에게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겨울 동안의 촛불집회가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인 의미도 절실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즐겁게, 더 즐겁게 광장의 방식을 이어받은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의 모습들도 흔히 볼 수 있었고, 영락없는 촛불집회의 봄 버전이었다. 그밖에도 문재인 후보의 유세가 촛불집회와 닮은 점은 너무도 많다. 

유세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지만 대세를 말하는 것이 너무 성급하지는 않다는 것은 이 현상이 초기 문재인 대세론의 의미보다 훨씬 큰 시대정신의 확인이라는 것 때문이다. 22일 주말을 맞아 경남권 유세에 나선 문재인 후보의 동선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결국 마지막 유세처인 부산 서면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그 전체 모습은 지미집으로 담을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이미 드론까지 문재인 캠프에서 준비를 했고, 그 장관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었다. 문재인도 친구 노무현처럼 팬클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대규모 군중이 모일 수 있는 것은 팬클럽의 수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며, 당원 및 운동원들만으로도 안 되는 일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만이 그 인파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긴 선거였던 2002년에도, 노사모가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그때에도 볼 수 없었던 장관이었다.

오죽하면 ‘문재인 부산유세’가 실검 1위를 차지한 채 내려올 줄을 몰랐겠는가. 그런데 그 많은 인파가 몰린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문재인 후보의 유세가 촛불집회의 연장이라는 더 엄중한 증거일지도 모를 부분이다. 문재인 후보가 아주 힘들게 인파를 뚫고 무대에 올라서서 한 사람을 소개했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이었다. 그러자 유세장에서는 곧바로 김홍걸이라는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웅장하게 퍼져나갔다. 

나중 문재인 후보는 그 모습에 고무된 듯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 당신의 친구인 문재인이 이루겠습니다”는 말에 회한과 굳은 의지를 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문재인에게 이번 대선의 개인적인 동기일지도 모르는 한 마디의 말이었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산 시민들은 크게 김홍걸의 이름을 연호하며 문재인의 꿈, 노무현의 꿈, 촛불이 바라는 진정한 나라를 위한 지역주의 극복을 함께 이뤄내자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또 선거 때마다 유령처럼 등장하는 북풍, 종북몰이 따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 표명일지도 말이다.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집중 유세에서 시민들이 문 후보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게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혁명은 문재인 후보 캠프의 선거 구호처럼 파란을 일으키며 대선으로 옮겨 붙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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