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경영진 선임을 논의하려던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 임시이사회가 MBC노조의 저지로 연기됐다. 방문진은 이사회 연기에 대해 “노조의 실력저지로 연기됐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김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이 새 경영진 인사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 것도 이사회 연기의 또 다른 이유로 드러났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당초 1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임 편성본부장, TV제작본부장, 보도본부장, 경영본부장 명단을 확정, 낮 12시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노조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방문진 이사들의 출입을 저지, 결국 이사회가 연기됐다. 이날 낮 12시 롯데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MBC 임시 주주총회도 자동적으로 무산됐다.

▲ 이근행 본부장(맨 왼쪽)을 비롯한 MBC노조원들이 최홍재 이사(맨 오른쪽)의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송선영
“노조 물리력 행사로 이사회, 주주총회 무산”

대변인을 맡고 있는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오전 9시30분 브리핑을 통해 “MBC 이사 선임을 위한 방문진 이사회는 노조의 위법적인 물리력 행사로 인해 이사회 성원이 되지 않았다”며 “주주총회 역시 자동적으로 무산돼 깊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우룡 이사장은 노조가 출입 저지를 하기 이전인 오전 7시 도착, 먼저 회의장으로 들어갔으며 이후 차기환 이사, 한상혁 이사, 엄기영 사장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밖에 김광동, 문재완, 최홍재, 정상모, 남찬순 이사는 노조의 저지에 막혀 근처 커피숍에서 대기했다.

차기환 이사는 “MBC의 조직 안정 위해, 경영진 선임 위한 이사들의 의견 수렴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 것”이라며 “아직 (일정이) 확정은 안 됐다. 이사회를 조만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협의와는 다르게 새로운 인사안 요구”

당초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이 신임 본부장 인사와 관련해 어젯밤 12시까지 논의한 결과, 사실상 단일안에 가까운 정도의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늘 아침, 엄 사장이 새로운 인사 안을 요구, 김 이사장과 크게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기환 이사는 “(김 이사장과 엄 사장이) 밤늦게 까지 협의한 결과 거의 단일안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김 이사장이 엄 사장의 의견을 상당수 수렴했다”며 “(엄 사장이) 갑자기 전혀 다른 새로운 안을 들고 와 거의 전원 교체를 요구해 단일안 마련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과 엄 사장이 언제 단일안을 마련했으며, 엄 사장은 구체적으로 언제 새로운 안을 제시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거의 안을 만들었다가 엄 사장이 새로 제안을 하니까 시간이 촉박했다”고만 할 뿐, 말을 아꼈다.

이어 “구체적인 명단을 이사 개인들에게 통보한 것이 아니기에 이사들은 기존 안도 모른다”며 “일부 이사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김 이사장이 엄 사장 의견을 수용했는데도 무산이 됐다.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이 협의했던 최종 인사안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엄 사장이 오늘 아침 요구한 사실상 전원 교체에 가까운 새로운 인사안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다. 방문진 내에서도 김 이사장만 이에 대해 알고 있을 뿐, 다른 이사들에게는 구체적인 명단이 전달되지 않았다.

▲ 엄기영 사장(왼쪽)이 이근행 본부장(오른쪽)을 향해 말하고 있다. ⓒ송선영
엄기영 “그런 요구, 다 뿌리쳤다. 생각대로 관철시키겠다”

그러나 이날 오전 엄기영 사장이 이근행 본부장을 향해 “그런(?) 요구를 다 뿌리쳤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관철 시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당초 협의했던 것과는 달리 엄 사장이 소신을 갖고 인사안을 주장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날 오전 8시5분쯤, 코리아나 호텔에 도착한 엄 사장은 “회사 망가트린 것에 대한 사장님의 책임이 크다. 김우룡 이사장에게 어떤 요구를 받은 것이냐. 뭘 허락한 것이냐”며 강하게 항의하는 이근행 본부장을 향해 “그런 요구, 다 뿌리쳤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관철시키겠다”며 “최대한 노력하겠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 MBC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방문진 이사회 연기와 관련해 MBC노조는 환영하면서도, 추후 방문진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근행 본부장은 “어제 협의와는 달리 엄 사장이 새로운 안을 던졌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오늘 이후 차기 이사회가 열릴 것이다. 저들은 정권의 사람을 심기 위해 식물 사장인 엄 사장을 협박할 것이다. 엄 사장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켜서 이에 싸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김 이사장과 엄 사장이 늦은 시간까지 협의를 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말이 협의이지 김 이사장은 사실상 공영방송 MBC의 이사 하나 하나를 승인하려했고, 협의된 안을 통과한 인사들이 어떻게 공영방송을 지키고 방송 독립을 지키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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