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돌발영상 정말 못 봐주겠다” “돌발영상, 이건 정말 아니다” “돌발영상 폐지하라”

YTN내부에서 <돌발영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전에 비해 비판이 무뎌졌으며, 사안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비판, 해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뿐 만 아니다. YTN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이게 무슨 돌발영상이냐”는 비판이 나왔으며, 돌발영상을 연구한 교수도 현재 돌발영상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돌발영상은 기존 방송을 통해 내보낼 수 없는 영상을 새롭게 구성해 풍자와 유머, 웃음을 더해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은 ‘이면’을 조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경찰, 검찰 등 권력의 핵심도 돌발영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돌발영상이 ‘이면’을 다룰 때 마다 시청자 및 네티즌들은 환영했다. 파장도 컸다. 돌발영상 주인공이 된 이들은 때로는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으며, 때로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용한 돌발영상… 뜨겁던 네티즌들 반응 어디로?

그렇다면 지금 돌발영상은 어떨까? ‘촌철살인’식 비판으로 많은 이들의 ‘감탄’을 이끌었던 돌발영상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네티즌들의 반응도 이제는 찾을 수 없다.

돌발영상이 안팎에서 비판을 받게 된 것은 돌발영상 제작진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 YTN은 지난 8월10일 당시 돌발영상 팀장을 맡고 있던 임장혁 기자를 ‘돌발영상 편향성’ 등의 이유를 들어 경영기획실로 대기발령했다. 이후 8월31일 대기발령을 취소하고 사회부로 복귀시켰다. 이런 가운데 돌발영상 제작진 전원이 교체됐다.

임장혁 돌발영상 전 팀장은 지난달 26일 저녁 7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대회에서 “돌발영상의 장점 중 하나는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과 생각을 다른 매체보다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내가 그만둔 이후 대통령이 소재로 등장한 게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 구성원들, 돌발영상 보고싶지 않다는 반응 보여”

YTN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박희천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돌발영상의 존재 가치가 굉장히 희미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장혁 팀장이 돌발영상을 할 때에는 소재를 구분하지 않고 대통령을 성역없이 다루는 등 권력을 가진 자들을 해학, 비판 풍자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했다면, 지금은 여야의 기계적 중립만을 지키려는 측면이 보이고, 무엇을 보여주려는 지 알 수 없을 때도 있고, 때로는 여당을 띄워주는 것처럼 보이는 등 굉장히 두루뭉수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재 선정이 옛날 같지 않고, 촌철살인과 같은 확실한 비판이 들어가 있지 않다”며 “내부 구성원들 중에는 ‘돌발영상 보고싶지 않다’ ‘망가진 돌발영상을 보면 화가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 11월18일 YTN 돌발영상 '호된 신고식' 화면캡처
실제 YTN 구성원들은 YTN노동조합 홈페이지인 ‘마니아닷컴’을 통해 현 돌발영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오랜만에 포탈에서 돌발영상 검색해 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템은 꾸준히 올라오는데 최근 돌발영상에 댓글이 달랑 한 두 개 있거나 전무한 것도 여러 개 더군요. 댓글이 작품 수준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선플이든 악플이든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었고 이슈를 만들어냈던 돌발이 그냥 그런 동영상으로 몰락해 가고 있습니다.” A구성원

“돌발영상 폐지하라. 제발 폐지라도 시켜라. 지금 돌발은 쓰레기 영상이다.” B구성원

“돌발 이건 정말 아니다. 피디 바뀌었다고 새로운 시도인지 모르겠지만 왜 그런 포맷이 필요한지. 말하려는 메시지는 뭔지 모르겠다. 재미없는 것은 얼마든지 용서가 가능하지만 메시지 없는 돌발은 존재 이유가 없다. 이쯤 되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C구성원

“날카롭던 돌발영상, 무뎌졌다”

YTN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도 현 돌발영상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YTN의 상징으로 영상을 통해 날카롭게 현실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돌발영상이 무뎌졌다”며 “돌발영상에 대해 ‘편향적이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비판 기능을 무력화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언론의 비판 기능에 공정, 중립 잣대를 들이대면 모든 것이 부당하고 편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편향성이 있다고 문제를 지적하는 게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발영상에 대한 비판은 지난달 24일 열린 YTN 시청자위원회에서도 나왔다.

한 시청자 위원은 “(지금의 돌발영상은) 그냥 영상이지 이게 무슨 돌발영상이냐. 일방적으로 발언을 전하는 것은 돌발영상이 아니고, 돌발영상이라면 시사성,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좀 더 날카롭고 예리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초점이 국회에만 맞춰져 있어 사회 전반을 나타내기에는 제한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돌발영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기형 경희대 교수 또한 “제작진이 바뀌기 전까지 집중적으로 본 탓에 현재 돌발영상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지만, 민감한 소재는 다루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소재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돌발영상이 편향됐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일부 보수학자나 정부, 여당 등은 (돌발영상에 대해) 대단히 껄끄러워 할 것”이라며 “YTN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굉장히 독창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편향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 11월23일 YTN 돌발영상 '1박2일' 화면캡처
돌발영상 제작진 “비판 기능 있다”

그러나 현재 돌발영상을 담당하고 있는 박철원 차장은 “돌발영상을 자세히 보면 말하려는 의도가 있고, (사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며 ‘비판이 무뎌졌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현 돌발영상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과거 돌발영상을 만든 사람이 4년 반 정도 한 반면, 나는 불과 2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경력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풍자, 해학을 통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것, 이러한 돌발영상 취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돌발영상이 매일 풍자, 해학을 통해 시청자들의 카라르시스를 충족시켰다. 매일 그렇게 (방송)하면 좋겠지만 일부러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사람의 육성을 통해 앞말, 뒷말을 의도적으로 전하기보다는 팩트 중심으로 전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무뎌진 돌발영상, 듣보잡 되는 건 시간 문제

최근 돌발영상은 국회 상황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4대강, 한미FTA, 세종시,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굵직한 사안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여야 의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그 자체만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과 같은 날카로운 ‘직격탄’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과거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만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한국을 방문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을 다룬 돌발영상도 두 대통령 사이에서 오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있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상세히 전달하는 등 정부 정책을 홍보하려는 듯한 태도도 보인다.

대통령의 행보, 정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입장 등은 YTN 뉴스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돌발영상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뉴스를 통해 충분히 보도할 수 있는 사안들이라면 굳이 돌발영상을 통해 또 보도할 필요가 있을까. ‘기계적 중립’과 무딘 감각으로 무장한 지금과 같은 두루뭉수리한 돌발영상이라면 시청자 및 네티즌들에게 점점 잊혀지는 ‘듣보잡’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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