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언론소비자주권연대 김성균 대표는 회원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언소주 운동의 숨은 공로자인 ‘보라98’이 “위암이 전이되어 뇌까지 암세포가 퍼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보라98이 병상에서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해서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을 보고 싶다. 그 때까지 만이라도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김성균 대표는 보라98에 대해 “한 유명한 대학교의 경영대 교수”라며 “(그는)보안을 지키기 위해 회원들을 만나도 언소주 활동에 대해 말할 수 없었고, 저 또한 혹시나 그의 신상에 피해가 갈까 염려스러워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보라98은 언소주 운동 초기에 불매대상 1호로 지정됐던 BBQ를 광동제약으로 변경하는 것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소주가 BBQ를 불매대상으로 지목했을 당시, 보라98은 “아무래도 불매대상 기업을 변경해야겠다. 우리가 불매운동을 진행하면 막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BBQ를 운영하는 가게 주인들이다. 그들은 영세하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불매운동의 취지가 어긋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불매대상 1호 기업을 광동제약으로 바꾸는 등 ‘언론소비자운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오늘은 어제보다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며,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 간절히 쾌유를 빌어달라”고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 언소주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8월 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 광고기업 광동제약에 대한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다음 김성균 대표가 언론소비자주권연대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언소주 대표 김성균입니다. 불매운동의 숨은 공로자인 "보라98"님이 많이 편찮으십니다.

저는 지금 가슴이 너무 아프다 못해 찢어지는 느낌이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가슴 속 깊이 감춰 두었던 큰 비밀을 알려드릴 때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에 언소주가 광고주 불매운동을 진행하면서 카페운영과 관련된 회원 모두가 검찰의 기소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제품 불매운동을 계획하면서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운동을 저 혼자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것은 언소주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반향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을 아마추어인 저 혼자 어찌 계획할 수 있겠습니까? 불매운동의 기획을 같이 준비하고 실행한 전 문가가 계십니다. 그 분은 바로 우리 회원인 보라98님입니다. 보라98님은 한 유명한 대학교의 경영대 교수입니다. 훌륭한 연구결과와 논문 등으로 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권위 있는 상도 많이 받으셨고 중요한 직책도 맡고 계십니다.

사실 이제와 밝히지만 저희가 애초에 선정한 불매대상 기업 1호는 BBQ였습니다. BBQ는 그동안 조중동에만 집중적으로 광고를 게재해와 선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비재였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불매대상 기업을 발표하기 바로 전날 보라98님이 사무실에 찾아 오셨습니다. “아무래도 불매대상 기업을 변경해야겠다. 우리가 불매운동을 진행하면 막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BBQ를 운영하는 가게 주인들이다. 그들은 영세하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불매운동의 취지가 어긋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라98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불매대상 기업을 광동제약으로 변경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올해 제품불매운동을 기획할 때부터 보라98님은 저와 긴밀하게 일을 진행하였습니다.당시에도 이미 위암선고를 받고 치료 중이었으며 몸이 상당히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매대상기업을 선정해주시고 불매운동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짜주셨습니다. 또한 조중동, 삼성 그리고 행정부 등에 대한 고급 정보를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회 원 여러분! 보라98님이 지금 몹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위암이 전이되어 뇌까지 암세포가 퍼졌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두 번이나 기절하셨고 뇌로 번진 암세포 탓인지 눈도 초점을 맞출 수 없다고 합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하셔서 치료중이며 4주 정도는 더 계셔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의사의 판단으로는 급박한 상황이 올 수 있고, 짧으면 2개월 잘해야6개월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다른 의사에게 보라98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의논했더니 심각한 상태이고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답답할 뿐입니다.

그동안 보라98님은 보안을 지키기 위해 회원들을 만나도 언소주 활동에 대해 말씀하실 수 없었고, 저 또한 혹시나 교수님의 신상에 피해가 갈까 염려스러워 사실을 밝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외로우셨을 것입니다.

어제 병원에 갔을 때 저는 보라98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말씀 중에 보라98님은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해서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까지만이라도 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눈시울이 뜨거워져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조중동 심판에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고 계신 보라98님이 한없이 고맙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회원 여러분! 조중동 심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지금 한치 앞을 못 보는 삶을 살고 계시는 보라98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중동 심판에 우리의 힘을 모아서 성과물을 얻어야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려는 애초의 의도는 여러분께 교수님 휴대폰 번호를 알리고 병 실을 밝혀 문자나 병문안으로라도 교수님께 용기를 북돋워 드리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혹시나 저의 의도가 교수님께 피해가 갈까 우려되어 조금 전에 다시 한 번 그러한 것을 밝혀도 되는지 여쭈려 전화를 드렸더니 당분간은 모두 사양하시네요.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상태가 더욱 나빠지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정말 저희가 해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 간절히 쾌유를 빌어주시는 일밖에 없는 듯합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보라98님이 완쾌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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