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오늘) 오후 10시 세종시 수정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된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MBC가 주관하고 있지만 메인 사회를 권재홍 MBC 앵커와 김경란 KBS 아나운서과 맡고, 박선영 SBS 아나운서가 플로어 사회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지상파 방송3사 공동 생방송 형식으로 진행된다.

▲ ⓒ청와대 홈페이지
이는 지난 1,2차 <대통령과의 대화>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으로 전국 35개 방송사에서 생중계하게 되는 힘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앞서 26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채널 1개만으로도 충분하며 진정성만 있다면 국회 시정연설이나 국민담화, 기자회견으로도 충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다소 거친 질문을 받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진솔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했단다. 그렇다면 진정 궁금해지는 것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친 질문을 해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이다.

<대통령과의 대화> 패널 선정, 과연 공정한 구성인가

이날 전문패널로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연희 베인&컴퍼니 대표가 출연한다. 일단 궁금해지는 것이 이 전문패널 구성의 공정성이다.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는 ‘세종시’ 문제가 최대 화두가 될 것임을 감안해 세종시논란에 대한 전문패널 세명의 견해를 찾아봤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지난 5일 <내일신문>에서 ‘세종시’ 사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여론정치를 통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것 아닌가 싶다”며 “국회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으면 국민이 국가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코멘트를 봤을 때 김호기 교수는 세종시 수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어땠나? 물론 예상한대다. 김진 논설위원은 지난달 26일 중앙일보에 ‘국가의 식은땀, 충청이 닦아줘야’라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이 칼럼에서 김진 논설위원은 “거의 모든 나라가 안보의 행정효율을 위해 국가의 두뇌기능을 한 곳에 모아두고 있다. 대통령은 서울에 있고 총리와 장관들이 세종시로 간다면, 미국으로 치면 대통령은 워싱턴에 있는데 부통령과 장관들은 뉴욕에 머무는 꼴”이라고 행정이전을 명확히 반대했다.

▲ 10월 26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
한 “국가를 위해 먼저 충청이 양보하고 그 양보하는 충청을 범국가적으로 돕는 건 어떨까?”라며 충청도인의 양보를 주문했다. 이어 김진 논설위원은 “충청도인이 먼저 손을 내밀어 못난 국가의 식은땀을 닦아 주면 국가는 충청에 빚을 지는 것이고 그런 의로운 충청을 보면 전 국민은 명품도시 세종을 위해 머리를 짜내고 지혜를 모을 것”이라면서 “찾으면 길은 있을 것이다. ‘국가와 세종시 같이 살리기’ 운동은 부마항쟁이나 광주항쟁 못지않게 역사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원안 수정과 관련된 적극적인 발언이며 충청도민들을 향해서는 양보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수정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면 중요한 사람은 나머지 김연희 베인&컴퍼니 대표의 입장일 수 있다. 청와대는 ‘여성대표’라고 힘껏 설명했지만 김연희 베인&컴퍼니 대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어떤 기준에서 <대통령과의 대화>에 패널로 선정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매일경제> 11월 23일 ‘한국경제 2010 경영화두 4대 글로벌 컨설팅사 진단’이란 기획기사를 살펴보면 김연희 대표의 판단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기자는 “컨설팅 대표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와 관련해 기존 산업단지의 지원 수준을 넘어서는 혜택으로 ‘기업형 자족도시’, ‘교육·첨단도시’ 등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를 봤을 때 김연희 대표 또한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는 패널 4인 중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3명이 세종시 원안 수정을 이야기할 것이고, 김호기 교수만이 반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셈이다.

<대통령과의 대화> 누가 타운홀 미팅이라 하나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2분간 모두발언을 한 뒤, 패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또 100여명의 일반 방청객이 참가하고 이 중 10명은 각종 민생현안을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할 예정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방식의 공개토론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자못 궁금해졌다. 타운홀 미팅 형식이 언제부터 질문할 사람을 수로 제한한 토론형식을 일컫는 말이 됐을까?

결국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김호기 교수, 김진 논설위원, 김연희 대표로 축약되는 속에서 토론이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그 수치가 75% 대 25%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경향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세종시에 대해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문항에 29.5%가, ‘원안+∝가 되어야 한다’는 문항에 36.5%의 응답률을 보여 사실상 국민 66.0%가 세종시의 원안이 훼손되면 안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반면 ‘행정중심도시 백지화’에는 28.6%의 응답률을 보였다.

결국 75%의 패널이 국민들 28.6%의 입장을 대변하고 25%의 패널이 66%의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종시가 이러할 진대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 재논의 또한 다를까?

이날 토론의 또 다른 관심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 수정과 관련한 대통령의 사과여부다. 그런데 사과를 한들 과연 그 진정성이 있을는지는 또 한번 따져 봐야할 것 같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이렇게 구성해 놓고 하는 사과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론 ‘토론이야 해봐야 아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100분간 KBS, MBC, SBS 공동 생중계를 통해 이 같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국민들은 그 시간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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