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기 위해서 왔다”는 김인규 신임 KBS 사장이 과거 KBS 기자로 있을 당시 군부독재 정권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보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기자협회(회장 김진우)는 지난 26일, 1987년 당시 전두환 정권에 대한 김인규 기자의 과거 리포트를 공개한 데 이어 27일,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것에 대해 칭찬으로 가득했던 리포트를 공개했다. 기자협회는 이 리포트를 기자협회 공식 블로그를 통해 외부에 공개했으며, KBS 사내게시판(코비스)에도 게재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 시절 방송사들은 밤 9시를 알리는 시보가 ‘땡’하고 울린 뒤 바로 “전두환 대통령은…”이라는 멘트로 대통령의 동정을 보도해 ‘땡전뉴스’라는 비난을 받았다. 일부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공영방송인 KBS가 앞장서 땡전뉴스를 방송하는 등 노골적인 전두환 대통령 보도에 분노, 1986년 당시 2500원인 TV 수신료 거부 운동을 벌인 바 있다.


1987년 6월3일, 노태우 대통령 후보 제청

지난 1987년 6월3일,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중앙집행위원회의 제청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 신청을 등록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인규 기자는 노태우 대표위원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우리 역사의 큰 전환점” “진정한 민주와 선진화” “헌정사의 새로운 이정표” “대통령의 외골 신앙”등 노골적인 보도를 했다.

1987년 당시, 국민들은 군부독재정권을 향해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등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1987년 1월14일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서울대생 박종철 사건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이에 크게 분노, 추모대회와 평화대행진을 잇따라 열었다. 국민들의 분노가 계속되자 이후 4월13일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과 관련해 법을 고치는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5월18일 박종철 고문 사건이 경찰에 의해 축소, 은폐되었음이 드러났으며, 이에 전국 각지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일어났다.

김인규 기자는 노태우 대표 후보 제청에 대해 “분명히 우리 역사에 큰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 헌정 40년에서 가장 부끄러웠고 우리 헌정사의 비원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직까지 한 번도 이뤄보지 못한 평화적 정부 이양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집권자가 스스로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이같은 평화적 정부 이양을 경험하지 않는 한 우리 정치의 진정한 민주화와 선진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라며 “현직 대통령 임기중에 집권여당이 차기 대통령 후보를 결정 제청한 그 자체가 우리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그는 또 “이는 결국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전두환 대통령의 변함없는 단임의지와 평화적 정부 이양의 외골 신앙이 열매를 맺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절차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면서 조심스럽게 정부 이양을 위한 과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진지한 분위기 그 자체가 바로 진정한 민주정치를 해 보겠다는 소중한 정성으로 보여지고 있다”며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 대한 칭찬도 빠트리지 않았다.

1987년 6월10일, 노태우 대통령 후보 지명 대회

1987년 6월10일, 민주정의당은 정당대회를 열어 노태우 대표위원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했다.

당시 국민들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호헌조치에 반대하며 전국에서 ‘독재타도’ ‘직선제 쟁취’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교수, 교사, 시민단체, 예술인 등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해 호헌조치 철폐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태우 대통령 후보 지명 대회 하루 전인 6월9일, 이한열 연세대 학생은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으며, 7월5일 사망했다.

김인규 기자는 노태우 대표위원이 대통령 후보로 추대된 것에 대해 “이는 단임 의지를 거듭 천명해 온 전두환 대통령의 약속이 확인되는 정치적 절차였다”며 “반드시 평화적 정부 이양의 전통을 세우는 것이 민주정치 발전의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현실화되는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한 순간이기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우리 정치사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평화적 정부 교체의 실현은 단순한 구호나 선동으로 이룩될 수 있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처럼 순탄치 만은 않은 길을 민정당은 오늘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추진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인으로서 자질있다는 평가 얼마나 근거 없는 지 알리기 위해 공개”

이에 대해 한 KBS 기자는 “김인규 라는 사람에 대해 ‘언론특보 출신이라는 흠이 있지만 언론인으로서 자질과 능력은 있다’는 평가가 실제 KBS 구성원들 사이에 나오고 있기에 이러한 평가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이며, 과거 언론인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를 알리기 위해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심하게 (독재정권을 옹오하는 보도를) 해 어떻게 이렇게 보도를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부 구성원들은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과 ‘부끄럽다’라는 반응 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당분간 김인규 사장의 과거 리포트를 계속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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