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MBC 시사제작1부장이 자사 뉴스를 ‘재활용’하면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박 부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유가족의 조급증이 화를 키웠다’는 취지의 리포트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5일 MBC<경제매거진M>은 자율주행차를 소재로 ‘스마트카 시대 성큼’, ‘중국 자동차 약진’ 등 두 꼭지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하지만 두 아이템 가운데 하나는 5개월 전, 다른 하나는 1개월 전에 방송된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재편집한 결과물이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경제매거진 M>과 지난해 10월 9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난 25일 방송된 MBC<경제매거진 M>과 지난달 22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10월9일 ‘뉴스플러스-이제 예술성으로 승부 차 개념바뀐다’와 지난달 22일 ‘앵커의 눈-중국 자동차의 무서운 질주’를 보도한 바 있다. 박 부장은 두 리포트의 방송 가운데 일부 문구와 표현만 바뀌고, 자료화면은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민실위가 28일 저녁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박 부장은 시사제작1부 소속 기자를 불러 이미 방송된 <뉴스데스크> 아이템을 보여주고 “’Y리포트‘ 대체 아이템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기자는 ’부당한 지시‘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두 아이템 대신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이나 대통령 탄핵 이후 경제 전망 등의 아이템으로 대체 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 부장은 오히러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해당 기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경제매거진M> 제작진은 방송 하루 전인 24일에도 조창호 시사제작국장과 면담에서 “사실상의 ‘재방송 편집’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조 국장은 “기자적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PD 입장에서 보면 가능하다. 방송이 펑크 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재활용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실위는 "남의 논문을 표절해도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은데, 공영방송 MBC는 자사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스스로 표절하고 시청자들을 기만했다. 그럼에도 책임자인 조창호 국장과 박상후 부장에게서는 일말의 죄의식이나 부끄러움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 5월 7일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한편, 박 부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2014년 5월7일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조급증이 민간잠수사 사망의 화를 키웠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1일 MBC TV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경선 주자들을 취재하러 온 촬영·카메라 기자들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말싸움을 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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