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땅도 울었다"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검찰 발표가 나오자 한 박사모 회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러합니다. 마치 나라가 망한 것 같은 분위기죠? 그런데 만약 하늘도 땅도 울었다면, 필경 너무 좋아서 울지 않았을까요?

또 다른 박사모 회원은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쳐 돌아가는 건 누구일까요? 아래 박사모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읽고 제삼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판단해 보시죠.

"황교안 뭐 하냐? 당신밖에 없다. 빨리 대선 출마선언해라."(웅청**)

황교안 대선 출마가 물 건너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대선출마 선언하라고 악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정치도 모른다고 정알못? 법도 모른다고 법알못?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아알못?

27일 오후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박사모 회원이 비닐로 비를 피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헌법재판소에 대통령 파면권 있습니까?"(유**)

나아가 일베 자료를 토대로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합니다. 헌재 심판에는 '각하' '기각' '인용' 세 단어만 있을 뿐인데, 이정미는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했으니 불법이라는 겁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참신하고 창조적인 논리 아닙니까?

이 글 밑에 달린 댓글들 반응이 더 가관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이건 쿠데타 아닌가요?(인민***), "대통령 선임변호사들도 이런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요? 일반 국민들이야 법에 무지해서 그렇다쳐도... 왜 대통령 선임변호사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닥하고 있나요?:(han***), "대체 이게 나라가 있다고 봐야 됩니까"(모**)... 기타 등등.

"사라진 헌법 제84조"(운**)

헌법 제84조가 사라졌다고 흥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헌법 제84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 제외에 관한 내용인데, 이들 눈엔 아직도 박근혜가 현직 대통령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하긴, "현직 대통령님을 구속한다고 하니 정말 미친 나라"(박근혜(****)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러면서도 검찰 발표가 나자마자 "삼성동 사저로 모여라"고 말하는 센스~!

박사모 카페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왜! 미적되고 있는거야. 이럴때 확 쓸어버리면 속이 후련할텐데. 정말 미치겠네."(WM**)

심지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왜 한국을 확 쓸어버리지 않느냐고 개탄, 통탄, 한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들의 정신세계가 참으로 아스트랄하지 않습니까? 어쩐지 친박집회 때마다 태극기보다 더 큰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게 수상하다 했더니 결국 이런 의미였나 봅니다. 이 글 밑에 "전쟁이나 났으면 그리고 다시 군부가 잡았으면..."(최**)이란 댓글이 달린 것도 더 이상 놀랄 일은 아니지요.

"아직도 무한도전과 무도 멤버들 찬양하는 자들 이거 보세요."(number***)

이 와중에 생뚱맞게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을 규탄하는 글들도 보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그 근거로 든 게 뭔지 아세요? '해피투게더'에서 하현우가 유재석 손금을 보고 "나라를 구할 손금"이라고 하자 다른 출연자들이 "유재석을 예능대통령으로 만들자며 강제옹립에 나섰다는 기사 하나. 그리고 박명수가 라디오 진행하면서 촛불 노래를 틀어 줬다는 기사 하나.

"최서원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년 때문에..."(충절의****)

최순실을 욕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이전만 해도 최순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박근혜와 마찬가지로 그를 감싸고 두둔하는 목소리가 다수였는데, 상황이 악화되고 박근혜 파면에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삼 최순실이 미워지나 봅니다. "삼족을 멸하고 재산 다 몰수했으면 좋겠네요"(박**)란 댓글까지 보이는군요. 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박사모 카페 갈무리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어요"(ro**)

이런 일에 신화적인 이야기가 빠지면 섭하죠. 박근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늘이 어두워지고 땅이 흔들리고 있다는 간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도 지방 하늘이 어둡게 내려 앉드니 까만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최선*), "바람도 장난아닙니다. 하늘이 울부짓고 있습니다"(나**), "맞아요!! 여긴 경남인데 하늘이 노했는지 하늘도 어두컴컴한듯 하면서 불그스름한 빛도 살짝씩 보여요!!".(sun****)

구속영장 발부도 아니고 청구하기로 했다는 말에 하늘과 땅의 음직임이 이 정도였으니, 만약에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기라도 하는 날엔 천지개벽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세 시대에 이집트에게 내렸다는 10가지 재앙이 이 땅에 내릴지도...

각설하고, 거짓이 진실을 목 조르고, 비정상이 정상을 겁탈하며, 매국이 애국으로 둔갑하는 이런 일들이 시방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던 박사모 카페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이런 인간들도 통합의 대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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