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조선일보가 TV조선의 ‘조건부 재승인’을 보도하면서 TV조선의 ‘합격점 미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40여개가 넘는 관련 보도 중 이를 기재하지 않은 것은 조선일보가 유일했다.

25일자 조선일보 경제 12면. 종편3사 재승인 보도에서 계열사 TV조선의 합격점 미달과 '조건부 재승인'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편성채널 3사의 재승인 심사 결과를 의결했다. 심사 결과 TV조선은 625점을 받아 재승인 합격점에 미달해 ‘조건부 재승인’이 결정됐다. JTBC는 73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채널A는 661점으로 합격 기준점인 650점을 넘었다.

이날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는 40여개가 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10대 일간지 중에서도 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매체가 종편 재승인 결과를 보도했다.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가 주목을 모은 이유는 앞서 지난 2월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심사에서 TV조선이 합격 점수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는 ‘뒷말’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외부 인사들을 통해 실시되는 청문회는 사실상 ‘재승인 거부’를 염두에 둔 절차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도 지난 20일 지면에 '새 봄, TV조선이 새로 태어납니다‘며 TV조선의 개선 방안’을 내걸었다.

점수 미달설이 불거지면 TV조선의 퇴출을 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기자회견과 성명 등을 통해 TV조선의 종편 퇴출을 주장했다. ‘TV조선 합격점 미달설’은 지난 22일 방통위가 TV조선을 불러 청문회를 실시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24일 방통위 전체 회의에서는 심사위가 퇴출을 권고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하지만 방통위는 TV조선의 퇴출 대신 6개월마다 이행점검을 받는 등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조건부 재승인’은 재승인 심사 합격점을 넘었지만 조건이 부과되는 것과는 별개다.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TV조선과)채널A가 똑같이 재승인 인데 조건부 재승인은 다른 것”이라며 “(TV조선이 최고점인 JTBC와)110점 정도를 차이가 난다.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원들도 TV조선에 재승인 허가를 내주기까지 1달 간 많은 논의와 고민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현장 분위기는 취재 기자들에게 전해져 40여개가 넘는 기사들에는 빠짐없이 종편 3사의 점수와 TV조선의 ‘조건부 재승인’ 소식이 기재됐다.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TV조선이 재승인 합격 기준점에 미달했음에도 방통위가 ‘조건부 재승인’을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종편 3사 심사결과’ 관련 보도에서 유일하게 TV조선의 합격점 미달 사실을 기사에 반영하지 않고 보도했다. 물론 기사에 반영할 사실을 가리고 중요성을 구분하는 것은 기자와 편집부의 몫이다. 지면상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와 비슷한 분량의 지면 기사로 처리하면서도 점수 결과를 실었다.

방통위 위원들이 ‘퇴출’까지 고려했던 TV조선의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한 것은 TV조선이 ‘개선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열사의 개선방안은 지면을 할애해 알리던 조선일보가 계열사의 문제점은 축소 보도한 것은 뒷맛을 남긴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최근에 와서 (TV조선이 방통위 등에)맹렬한 로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입에 발린 말일 뿐”이라며 “방송을 보면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를 대놓고 조롱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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