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2위를 기록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유독 호남지역에서 지지율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연정, 선의 발언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3월 4주차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21~23일 3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조사, 응답률 1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안희정 지사는 17%의 지지를 얻어 31%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은 2위에 자리했다. 안 지사는 대선후보로서 10%후반에서 20%초반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며 문 전 대표의 뒤를 쫓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의 첫 경선인 호남지역 경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안희정 지사의 호남 지지율은 당내 3위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뒤처진 11%를 기록했다. 안 지사의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자신의 텃밭인 대전·세종·충청에서 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16%, 인천·경기 18%, 대구·경북 13%, 부산·울산·경남 13%, 광주·전라 11%로 호남에서 가장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안희정 지사가 호남에서 유독 고전하는 이유로 '대연정', '선의' 등의 발언이 손꼽힌다. 특히 '선의' 발언의 경우, 안 지사 본인도 "후회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지사는 꾸준히 대연정을 주장했는데,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적폐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겠다는 발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개혁에 동참하는 세력에 한정하는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해 호남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부산대학교 '즉문즉답' 행사에서 안희정 지사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의로 했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안희정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업들의 많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루고 싶어하는 마음이실 것"이라고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747 공약을 잘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이 동원한 방법은 현대건설 사장님답게 24조 원의 돈을 동원해서 국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4대강에 확 집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의' 발언 이후 안희정 지사는 경선 경쟁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고, 야당 성향이 강한 호남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안희정 지사는 호남지역에서 지난 2월 2주차 20%, 3주차 21%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선의 발언 직후 이뤄진 4주차 여론조사에서 18%로 하락세를 타더니, 3월 1주차에 급기야 8%까지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후 3월 2주차 12%, 3주차 11%, 24일 발표된 4주차 여론조사에서도 11%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최근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 하락도 두드러진다. 3주차 호남에서 47%의 지지를 얻었던 문 전 대표는 4주차 여론조사에서 14%p 하락한 33%의 지지를 얻었다. 오거돈 문재인 부산경선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의 "부산 대통령" 발언과 문 전 대표가 군 복무시절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표창장 등이 호남 민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호남 출퇴근을 시작한 이후 호남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3월 2주차 7%였던 이 시장의 지지율은 3주차 9%, 4주차에는 13%까지 올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안희정 지사의 호남 약세와 이재명 시장의 호남 강세 현상에 대해 "안희정 지사의 경우 대연정, 선의 발언 등을 했는데, 야권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호남에서 싫어할만한 발언이다. 안 지사가 호남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반대로 이재명 시장의 경우에는 입장이 선명하기 때문에 호남에서 선전하는 것이다. 선명성, 정권교체 욕구, 진보 강세 등이 더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오거돈 위원장의 '부산대통령 발언'과 '전두환 표창' 등의 여론이 확산되면서 다른 후보로 지지가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대표는 "호남에서는 호남홀대론이 매우 강해 친노·친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있다"면서 "여기에 대세론이 지속되면서 피로도가 쌓인 것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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