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광폭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을 제외한 각 정당의 수뇌부와 대선후보들을 만나고 있어 김 전 대표가 3지대를 중심으로 세력 규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지난 8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는 탈당 직전 국민의당 대선주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조찬 회동을 했으며 9일과 10일 양일에 걸쳐 바른정당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와 문병호 최고위원 등을 만났다. 11일에는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3자 회동을 가졌고, 12일에는 자유한국당 비박계 나경원 의원과 조찬을 함께 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전 대표가 '개헌'을 매개로 친문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을 모아 '반문연대'를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 전 대표가 만난 인사들은 개헌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13일 국민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주승용 원내대표는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일은 개헌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김종인 전 대표의 반패권 개헌연대라든가 이런 노력과 시도의 불씨가 약화되거나 사그라지지 않도록 우리당에서 좀 전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의 탈당 소식이 알려진 지난 7일 "김 전 대표의 개헌, 경제민주화 등이 우리 당과 정체성이 같기 때문에 조만간 국민의당과 함께 중도개혁세력 정권교체를 위해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른정당도 김종인 전 대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를 모실 땐 극진히 모시다가 헌신짝처럼 버렸다"면서 "김 전 대표의 소신과 우리의 소신은 같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바른정당은 최근 지도부가 총사퇴한 상황에서 김 전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대표가 3지대 정당들과 자유한국당 비박계, 민주당 비문 개헌파 의원들 일부를 모아 하나의 연대를 이뤄 개헌에 김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를 더하면, 문재인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조기대선 정국이 요동칠 것이란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각 정당의 러브콜이 이러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반문연대' 구성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김무성 고문과의 식사자리에서 "국민의당과 연대하자고 제안하지 마라. 그런 말을 하면 서로 다 죽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김종인 전 대표가 자유당 인명진 위원장에게 "자유한국당이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하고 자숙하는 길은 후보를 선출하지 않는 것"이라고 권유하자 인 위원장은 "그러겠다"고 말했으나, 자유당은 하루도 되지 않아 대선 후보 선출 일정을 발표했다.

유력한 국민의당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더 이상의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명확히 했고, 손학규 전 대표도 친박과는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남경필 지사도 손 전 대표와 비슷한 의견이며, 유승민 의원은 자유당과의 보수연대를 제안했다가 한바탕 역풍을 맞아 한 발 뒤로 물러선 상태다.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여준 전 장관은 김종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문연대 구성에 대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지금까지 다른 분들도 스몰텐트니 빅텐트니 해서 그런 노력을 했지만 잘 안 됐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진 대선판을 흔들기 위한 조건으로 "어느 특정 후보에 반대한다 그런 차원이 아닌 그 사람이 주장하는 가치와 다른 가치를 주장하는 다수 국민이 더 지지하는 가치를 내걸고, 가치로 세력을 묶어야 한다"면서 "그러다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고, 시간이 짧아서 힘들기는 하겠으나 그 만큼 절박한 사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의 직접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3지대를 얘기하기로 말하면 그분(김 전 대표)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걱정하는 게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가 겹쳐서 온다는 것이다. 그럴 때는 상당히 경험 많고 노련한, 과단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렇게 본다면 김종인 전 대표의 모습이 거기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뉴스와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11, 12일 양일간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2046명 대상으로 유무선 동시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서 표보오차 ±2.2%p, 응답률 14.1%)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추진하는 반패권 개헌연대가 조기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63.2%의 국민이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한 국민은 23.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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