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공익이 크다고 판단한다. 공익의 훼손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 헌재 판결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경쟁’을 이야기하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때문에 그러한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미디어균형발전의 측면을 고려해서 방송광고판매제도(미디어렙)가 제․개정돼야 한다면 ‘공적 소유와 사적 소유의 미디어렙’체제로 가야 한다. 또한 공적 소유 미디어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적 소유 미디어렙과 ‘교차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9일 전병헌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다양성 확보를 위한 방송광고판매제도 입법’공청회에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1사 1렙은 회사 광고국을 만들겠다는 것

공청회 발제를 맡은 양 사무총장은 “한선교 의원의 안은 헌재 판결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이 안은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1사, 1렙’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회사의 광고국을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1사, 1렙’은 방송사와 광고주간 유착을 가져올 수 있다”며 “공영방송의 축이 무너지면 기자가 광고영업을 뛰게 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1사, 1렙’의 완전경쟁을 이야기하면서 ‘허가제’로 규정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선교 안’의 정신”이라면서 “(한선교 의원의)‘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는 KBS와 EBS의 광고만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MBC민영화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양 사무총장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1공영 다민영’ 역시, “1사 1렙의 변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방송사의)지분참여만 51%에서 40%, 30%, 20%로 낮추면서 다민영이 대세인 양 가는데 미디어렙은 기본적으로 (방송사의)지분참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다민영이 됐을 때에도 지상파 3사가 광고를 두고 경쟁하게 되면 공영은 다 깨진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연계판매제도를 만들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과태료를 내면 그뿐”이라고 지적했다.

양 사무총장은 “방송의 공익적 의지와 헌재 판결 취지에 맞게 가려면 ‘공적 소유 미디어렙과 사적 소유 미디어렙’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KBS 수신료 관련 논의에서 한나라당이 2TV 광고판매비율을 20%선으로 축소시킨다면 ‘공사’ 수익은 30억원 수준으로 전락해 ‘1공영’ 개념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면서 “공적 소유 미디어렙과 사적 소유 미디어렙이 교체판매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 9월 29일 전병헌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다양성 확보를 위한 방송광고판매제도(미디어렙) 입법’ 공청회의 모습ⓒ권순택

현 공영적 체제는 계속돼야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유승훈 호서대 해외개발학과 교수는 “경제학자로서 ‘실질적 경쟁’을 가능하게 하려면 진입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도기적으로라도 ‘1공영 다민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1공영 1민영’으로 둔다면 다시 위헌의 소지가 제기되고 수를 제한하는 것은 GATT 체제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민영방송의 자체판매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서 “사후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방송사의 지분도 4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문석 사무총장은 “2006년부터 코바코 체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2008년 USTR 한국보고서에서 코바코 문제가 빠졌다”면서 “이것은 코바코의 공적인 기능이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의 광고주들에게도 인정받았다는 것을 나타낸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것이 한국이 1공영체제로 가야하는 근거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원식 불교방송 보도국장 역시 “공영 다민영 체제가 과도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한다”면서 “지역민방, 종교방송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통계에서 나타났듯 새로운 민영미디어렙이 나오고 공영체제가 무너진다면 최소 80~90%의 광고가 급감된다는 시뮬레이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 공영적 체제가 계속돼야 한다는 게 종교방송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미디어균형발전 한꺼번에 무너뜨린 것은 방통위”

토론자로 참석한 김대현 문화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국회 문방위 회의에서 유인촌 장관이 이미 답변한 내용이 있어 제약적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1공영 다민영’을 주장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문방위 회의에서 ‘1공영 다민영’을 주장한 바 있다. 김 과장은 “그러나 처음부터 두 개나 세 개를 허가할 것인지, 아니면 하나만 허가하고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추가로 허가할 것인지는 남아있는 문제로 주무부처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토론회에서 김대현 과장은 ‘1공영 1민영’에 대해 “허가제 내에서의 완전 경쟁으로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완전경쟁인 1사 1랩에는 공적 영역이 없다. 코바코 체제는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에 기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유지돼야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공청회 참가자는 “장관의 말 한마디에 담당 공무원들이 실무자로서 소신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고 지적했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운영총괄과 과장은 “법과 정책을 혼동하면 안 된다”면서 “‘1공영 1민영’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것은 법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공영 1민영’, ‘1공영 다민영’ 모두 제한경쟁이다. 사업자가 직거래를 하던지, 사업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질 때 이것이 완전경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공영 1민영’과 ‘1공영 다민영’ 등의 허가제와 신고제나 등록제의 ‘1사 1렙’은 엄격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문석 사무총장은 “법과 정책의 영역을 구분하자고 했는데,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공적 소유와 사적 소유의 미디어렙’체제를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지금 문화부나 방통위가 보이는 행태에서 신뢰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양 사무총장은 “미디어균형발전을 위해 조정역할을 했던 것이 코바코였다”면서 “이것을 한꺼번에 허물어뜨리는 것이 방통위”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방통위가 인쇄매체의 고유한 광고 영역인 병원광고나 주류광고 등을 종편 방송광고에선 가능하게 만들어 전체적인 광고의 균형을 한꺼번에 무너뜨린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양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 종편만 있고, 지상파, 케이블, IPTV, 인쇄매체는 없느냐”고 비판했다.

미디어렙 주무부처는 방통위?

미디어렙의 주무부처 논란도 불거졌다. 김대현 문화부 과장은 “문화부에서 코바코에 대한 감독 기능을 수행했지만 수익을 통해 여러 광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조사 연구사업, 연수사업, 공익광고 사업, 광고진흥사업을 함께 해왔다”면서 “어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공익광고, 광고진흥의 업무는 문화부에서 담당해야 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김재철 방통위 과장은 “문화부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광고판매만 별도 조직으로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말해 방통위가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코바코는 문화부 소관이었으나 ‘한선교 안’에서는 갑자기 방통위로 바뀌었다”며 “그러면 소관 부처를 변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병헌 의원은 “10월 한 달 간 이해당사자들의 여론수렴을 거쳐 11월 초에 입법안을 완성할 것”이라면서 “당론으로 발의할 예정이지만 힘들다면 ‘민주당 문방위원’안 정도까지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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