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소주의 활동은 자유민주주의,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 언론사가 광고 수익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들의 광고주가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우려한 광동제약은 부득이하게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도 동등하게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팝업창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침해는 정당하지 않다.

언소주의 목적, 수단, 결과를 고려한다면 '소비자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번 사례는 향후 유사한 형태의 행위가 재발됐을 때 시금석이 될 수 있으므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시길 바란다. 김성균 대표를 징역 4년에 처해주시고, 석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처해주시길 바란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광동제약 불매운동에 대해 검찰이 구형을 선언하는 순간, 조용했던 법정에서 '쳇'하는 비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흐느낌과 함께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도 이어졌다.

28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525호을 가득 채운 언소주 회원들이 흘리는 눈물 또는 비웃음에는 검찰에 대한 분노가 짙게 배어 있었다.

▲ 지난 6월, 언소주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 광고기업 광동제약에 대한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송선영

검찰은 지난 7월, 광동제약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인 언소주 김성균 대표와 언소주 회원 석모씨를 '공동 공갈 및 강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조선일보가 6월 12일자 1면에서 언소주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의 발언을 빌어 "지난해 광고주 협박범들에게 적용됐던 업무방해죄 외에도 형법상 강요죄와 공갈죄가 적용가능하다" "집단공갈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언소주측 이승주 변호사(법무법인 승지)는 검찰 구형에 대해 "강요죄나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광동제약과의 만남 자체가 광동제약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한겨레와 경향에 대한 동등광고 역시 광동제약 쪽에서 먼저 제안했다"며 "당시 협상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평화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 제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를 근거로 "검찰 기소 자체가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며 "언소주는 지난 2월 회원 24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법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서, 그 범위 안에서만 불매운동을 했을 뿐이다. 지난번에 법원이 문제삼았던 '집단적인 전화걸기'와 같은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의 상황이 답답한 듯 말을 이어가던 중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이림 부장판사)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언소주 회원 24명에 대해 "목적과 수단, 방법 등에 있어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면서도 언소주 불매운동의 소비자운동적 측면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시즌2'는 김성균 대표가 당시 법원 판결문 가운데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홍보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주 리스트를 게재하거나 게재된 광고주리스트를 보고 소비자로서의 불매의사를 고지하는 등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구독이나 광고게재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는 부분에 착안해 시작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소비자운동 자체가 기업에 영향을 주지 않고서는 효력이 없는 내재적 속성이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어떤 불매운동도 '위법'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없다"며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우리사회에서 큰 권력이 됐다. 언론사 사주와 관계되는 일이라면 정관계는 물론 검찰, 그 어느 누구도 이들에 대해 못 건드린다"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최후진술에서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만났던 광동제약 담당자가 말을 바꿨다며 그의 용기있는 결단을 호소했다.

김성균 언소주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우리에 대한 엄벌이 국가기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차라리 사형에 처해달라"며 "다시 태어나도 우리 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방청석 맨 앞줄에 앉은 한무리의 남자들을 가르키며 "저 사람들은 누구냐. 우리가 그렇게 위험한 사람들이냐"라고 물으며 "우리의 소비자운동을 탄압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에는 방청석 양옆으로 법원 직원 7명이 서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일 협상 과정에서 광동제약측과 동등광고에 대한 합의가 쉽게 이뤄졌다. 동등광고를 집행하겠다는 합의는 조중동과 그밖의 정론매체에 대해 같은 비율로 (광동제약이 광고를)하겠다고 해서 이뤄졌다"며 "광동제약 홍보부장의 1차 진술과 2차 진술 내용이 많이 다르다. 2차 진술 때 검찰의 입맛에 맞는 진술을 했다.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불매운동 시작 전 사전 예고가 없었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 "언소주는 3월 26일 조선일보 등에 편중광고를 하는 1500여개 기업에 시정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발송했고 광동제약에도 이를 분명히 보냈다"며 "우리는 조중동 폐간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조중동의 왜곡보도를 시정하기 위해서 행동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언소주는 광동제약 불매운동에 돌입하기 전에 고려대 법대의 김기창, 박경신, 하명호 교수와 김정진 변호사, 이찬진 변호사로부터 이 운동이 위법이 아니라는 조언을 받은 바 있다.

언소주 일반 회원 석모씨도 최후 진술에서 광동제약 관계자에 대해 "당일 협상과정에서 '언소주의 활동에 공감한다' '광동제약이 조중동에 기사로 다뤄지지만 않는다면 광고 할 일 없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활동을 한다며 칭찬하신 내용이 협상에 나온 언소주의 긴장을 풀기 위한 사탕발림이었느냐"라고 물으며 "그날 그 협상자리에서 실제로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 용기있는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최후진술이 이어지는 내내 검사는 시선을 내리깐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후 법정을 나온 이승준 변호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 변호사는 "김성균 대표나 석씨를 '확신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검찰이 무거운 형량을 요청한 것 같다"며 "(징역 4년형이)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검사의 생각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언소주 회원들도 법원을 나오며 "국가폭력이다" "언소주에 완전히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다" "이 나라에 상식이 있느냐" 등의 말들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소주 회원은 "설마 징역 4년을 요구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처구니가 없어 할말을 잃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회원 양모씨는 "검찰이 언소주에 대해 특정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은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에 대해 "시민사회를 등지더라도 왜곡과 편파 보도 일색인 조중동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지배적인 권력과 공생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동제약 불매운동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10월 2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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