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놈들이 전략적으로 요 앞에까지 오면 추가로 (카메라에) 잡힐까 싶은데, 어쨌든 간에 복도에서도 구호하고 하면은 저것도 위법이거든 사실은. 그래서 몇 컷 이미 촬영을 해놨습니다.” (몰래카메라에 등장하는 YTN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의 음성)

‘찍은 이’는 없고, 찍힌 이들만 수두룩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가 28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로 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YTN의 고위 간부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YTN노조가 확보한 이 영상의 출처는 공교롭게도 YTN이다.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신청한 ‘해직자 출입방해금지 가처분’과 관련해, YTN은 가처분심리(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 관계 및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법원이 증거나 방법 따위를 심사하는 행위)가 있었던 지난 10일 서면 자료와 함께 몰래카메라 영상이 담긴 CD를 법원에 제출했다.

▲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이 28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로 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YTN의 고위 간부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송선영
YTN은 이에 대해 “몰래카메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 변호를 맡은 여연심 변호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 몰래카메라는 가처분과 관련해 YTN이 증거로 법원에 제출한 것”이라며 “하나는 법원에 제출하고, 사본은 우리 쪽에 제출했다. 법원 소송 기록에도 남아있을 것”이라고 회사 쪽의 주장을 반박했다.

2009년 5월19일, 노조원들이 항의하는 모습 등 몰카에 담겨

몰래카메라 영상이 찍힌 날은 지난 5월19일(관련기사 ▷YTN 노조원 징계 재심, 노조 이유들어 연기)로, 3억4천만원이 넘는 구본홍 전 사장의 지출 내역 등이 담긴 회사 경영 자료를 노조에 넘긴 것과 관련해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은 지아무개 노조원에 대한 인사위원회 재심이 있던 날이었다. 이날 노조원들은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 인사위원들을 향해 “징계는 부당하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인사위원회는 노조의 행위를 문제 삼아 인사위원회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26분3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노란색 넥타이를 한 회사 고위 간부가 몰래카메라 장비를 가슴팍에 착용한 뒤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17층 대회의실 주변을 촬영한 사실이 담겨있다. 영상 곳곳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간부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드러나며, 영상 마지막 장면에서는 간부의 얼굴이 정면으로 확인된다.

▲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간부가 거울에 비친 모습. ⓒYTN노조
이 간부는 노조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장면을 비롯해, 전무실 안에서 일부 노조원이 항의하는 장면 등을 촬영했으며, 영상 안에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몰래카메라 안에는 ‘연좌하다가 피켓 들고 입구에 올라와 있다’ ‘인사위원들이 올라올 때 격앙되겠구만’ ‘저 놈들이 전략적으로 요 앞에까지 오면은 추가로 잡힐까 싶은데 어쨌건간에 복도에서도 구호하고 하면은 저것도 위법이거든 사실은. 그래서 몇 컷트 이미 촬영을 해놨습니다’ 등 간부의 음성으로 추정되는 음성도 나온다. 뿐 만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미디어스>를 비롯해 <미디어오늘> <PD저널>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기자협회보> 기자들도 촬영됐다.

노종면 “몰래카메라 촬영, 경영진 지시 의심돼”

이에 대해 노종면 지부장은 “당시 인사위원회는 노조를 향해 ‘노조는 법적 책임과 함께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밝힌다’고 공지했는데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쪽은 사측”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몰래카메라 촬영을 경영진이 지시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당시 인사위원장 이었던 배석규 전무(현 사장 직무대행)과 김사모 상무, 몰래카메라 촬영자 등 3명을 형사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과거)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회사 쪽이 제출한) 출처 불명의 사진을 제시받은 적이 있다. 캡처이기에 몰래카메라라는 의심을 많이 했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다”며 “이런식으로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채증이 오랜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간부는 몰래카메라 촬영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몰래카메라 작동할 수 있는 역량 없어”

▲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간부의 노란색 넥타이. 왼쪽 가슴에 몰래카메라 장치를 착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YTN노조
그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명확하게 하자면, 나는 몰래카메라를 작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고 찍을 시간도 없다.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일반 카메라 셔터 누르는 것 외에는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노사 관계가 그렇다 하더라도 (몰래카메라를 찍을)정도로 형편없지는 않다”며 “영상을 보지 못했다. 영상 안에서 거울에 비쳐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의 형사 고발’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모르겠다. 금시초문”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쪽 관계자도 “누가 찍었는지 모르겠으나 몰래카메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처분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그 영상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팀 관계자도 “몰래카메라 여부에 대해선 모르겠다. 가처분과 관련해 건물 관리와 범죄 예방 차원에서 찍은 CCTV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연심 변호사는 “회사 쪽에서 제출한 영상 자료는 몰래카메라(영상의) 하나다. 돌아다니면서 찍은 것이 어떻게 CCTV 영상이냐”며 “몰래카메라 동영상을 도대체 왜 제출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YTN이 법원에 증거 자료로 제출한 몰래카메라 영상에 대해 YTN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지만 몰래카메라를 둘러싼 진실은 법적 절차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YTN노조가 지난 3월13일 공개한 YTN의 지출 내역에 따르면, YTN은 ‘각종 보안 비용’이라는 명목 하에 △몰래카메라 구입 비용 △도청, 몰카 탐지 비용 △CCTV 관련 비용 등으로 3,607,158원을 사용했다.

당시 노조는 “몰래카메라와 CCTV의 사용처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측이)입만 열면 법을 외치더니 뒤로는 몰래카메라로 노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불법과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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