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시더군요. 비록 ‘버섯’을 먹으면 요상한 소리를 내며 키가 크는 어설픈 슈퍼마리오의 모습이었지만, “다음 코너 짜러 가야지”하면서 무대 뒤로 뛰어가던 ‘강선생’, 당신의 뒷모습은 그래요, 아름다웠습니다. 뭐 ‘미(美)’라는 것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까요. 하여간 걷기에는 힘들 정도의 엉덩이를 보이며 뒤뚱뒤뚱 뛰어가던 당신의 뒷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개그콘서트>, 유독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다시보기로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팬입니다. 처음 생각이 나네요. 정말 조악하기 짝이 없는 분장을 하고, 흉하기 그지없는 옷을 걸치고는 무대 위에 선 당신들을 본 순간 화들짝 놀라며 1m는 족히 뒷걸음칠 쳤습니다. 그래요. 강선생님을 비롯하여 안영미씨, 정경미씨, 김경아씨도 거울은 볼 테니, ‘깜놀’ 예상했겠지요?

▲ KBS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KBS

언젠가 TV에서 안타깝게도 ‘못생긴 개그우먼’의 상징으로 이야기되는 박지선씨가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분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피부트러블 때문에 속상하다고. 그 때 정말 ‘배우’다 싶었어요. 진짜 ‘희극인’이구나 했어요.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몸의 자그마한 털끝까지도 ‘희극인’의 자질을 갖고 싶어 하는 그녀의 열정에 감탄했어요. 비록 상투적이라 하더라도 소름이 돋는 순간 있잖아요.

그런데 네 명을 봤으니 이건 소름 정도가 아니죠. 게다가 강선생님의 분장실의 배우들은 하나 같이 누가 더 못생기고, 웃음 나는 얼굴을 연출하기 위해 경쟁까지 했으니. 전율보다는 ‘닭살’이 났겠네요. 팔, 다리에 솟는 닭살들. 안영미씨의 진화하는 골룸 분장과 분장실 배우들의 콧구멍 스모키 화장은 가히 최고였어요. 세상 모든 못난 것들은 물론, 세상 모든 예쁜 것들까지도 못생기게 분장하는 기술도 그러하지만, 그 ‘못난’ 얼굴을 하고는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 테이크아웃 커피만을 고집하는 안영미씨를 볼 때마다 민망해집니다. 당신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왜 명품 가방과 빛나는 액세서리, 분위기 있는 커피는 당신과 같은 얼굴의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엇이라 생각하는 속물근성 때문이랍니다.

사실 못나고, 흉측한 분장으로 개그를 보이는 코너에 별로 동하지 않았답니다. 그건 재간없는 개그맨들이나 하는 유치한 방식이라 생각하거든요. 콧구멍 들어 보이며, 대머리 가발을 뒤집어쓰면 기본은 하잖아요. 그래서 개그에서도 ‘못난’ 외모와 ‘뚱뚱한’ 몸으로 자신을 혹은 타인을 무시하는 투의 개그를 보면 맘이 썩 편치는 않았답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코드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이상하죠. 분장실의 강선생님과 영미씨, 경미씨, 경아씨는 좀 달랐어요. 물론 1단계, 요상스런 분장으로 터지게 하죠.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각자가 맡은 유별난 캐릭터를 돋보이기 위해 행동했고, 그리고 움직였죠. 다소 과장되게 보일 수 있는 당신들의 웃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이 되어 버렸잖아요.

▲ KBS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KBS

그래서인가. 난 영미씨가 “똑바로 해 이것들아”라고 하면 통쾌해요. 사람들이 강선생님의 분장실을 볼 때마다 조직사회의 위계를 비꼰다며 칭찬을 했지요. 선배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며 온갖 아양을 부리며 꼬리치는 영미씨, 후배들이 어찌 부대끼고 있는지는 모르며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영웅담만을 늘어놓는 겉으로는 충분히 맘 좋은 강선생님, 막내라고 후배라고 온갖 심부름은 물론 선배의 이간질과 패악질을 견뎌야 하는 경미씨와 경아씨. 충분히 권위적이며 너저분한 선후배 사회를 보여주고 있지요. 누군가 TV를 보며 ‘흠칫’할 거란 생각에 신이 나죠. 물론 저도 영미씨가 “똑바로 해 이것들아”라고 외치면 다리가 저려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덕분에 한참 웃다가 진땀을 뺄 정도로 오싹하기도 했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재미지다’ ‘구성지다’라는, 정말 구성진 강선생님의 입담에 웃느라 흘러나온 눈물을 쓸어담는 강선생님의 손짓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강선생님의 온갖 영웅담은 허망하기 그지없어 더욱 조롱받기 쉬었어요. 어쩜 그리 귀에 쏙쏙 들어오는 지 말이죠.

정말 신나는 개그였어요. 저야 태생이 까칠해서 여러분들처럼 배꼽잡고 허리가 비틀어질 정도로 웃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강선생님 분장실의 배우들 덕분에 한참 웃었답니다. 그래요 ‘수고가 많았습니다.’ 뭐 저야 앉아서 웃느라 조금 수고했을 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2009년 최고의 ‘엣지’있는 여성을 뽑으라면 단연 강선생님을 비롯한 분장실의 영미씨, 경미씨, 경아씨를 뽑겠어요. 당신들의 스타일도 애티튜드도 모두 단연 무척이나 돋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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