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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퇴 이후'문재인 대세' 부정 못 해…조선일보, "이번 대선 순조로울지 민주당에 달려"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2.02 08:37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대권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대권주자군은 ‘붕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당장은 ‘황교안 대안론’으로 여론이 쏠리는 흐름도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결국 보수언론 등의 지면에서는 정권재창출 포기 분위기가 분명해지는 상태다.

반기문 전 총장의 대권 도전 포기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본인과 본인의 친인척에 대한 비리 의혹이 진화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반기문 전 총장의 정치적 철학 부재와 말실수 등의 문제와 엮여 지지율이 붕괴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둘째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조직’의 힘이 필요한 상황인데 기성 정당이 일제히 반기문 전 총장에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국민의당은 반기문 전 총장을 두고 “셔터를 내렸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거리를 뒀고, 새누리당도 ‘황교안 대안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반기문 전 총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직접 조직을 만들어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방식이 추진됐으나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2일 반기문 전 총장과의 만남에서 이러한 구상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남는 것은 독자적인 신당 창당뿐인데 지지율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이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셋째는 이 모든 사건들이 반기문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빅텐트 구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른바 ‘반문연대’의 후보로 나서는 방법 뿐인데, 오히려 보수와 중도가 반기문 전 총장을 양쪽에서 잡아 당기는 국면이 형성됐다. 결국 남는 것은 보수후보로서 지는 대선에 출마해 보수정치의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역할을 감당하는 것 뿐인데 이는 생물학적으로 고령인 반기문 전 총장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남은 것은 불출마 선언 뿐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총장 불출마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에 대해서는 우선 중앙일보의 보도를 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는 2일 지면에 반기문 지지층의 20%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 13%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는 반기문 전 총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인 지난달 31일~1일 사이에 진행된 긴급 여론조사에서 “가장 지지하는 후보가 불출마할 경우 다음으로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결과다.

결국 황교안 총리가 가장 큰 수혜자라는 것인데, 1일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성인남녀 1000명 대상, 유무선임의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도 마찬가지의 결과다. 이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총리는 전체 응답자 중 12.1%의 지지를 얻어 26.1%의 지지를 획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는 황교안 전 총리가 낙점을 받은 것 같은 모양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황교안 총리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게 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방기하고 자기 선거부터 챙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출마선언을 하는 단계까지 가더라도 반기문 전 총장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받고 있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반기문 전 총장 지지층의 지지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유승민 의원은 ‘중부담 중복지’를 표방한 교섭단체대표연설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TK민심을 의식한 선택이었겠으나, 이 덕분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른바 ‘집토끼’를 확보한 것도 아니다. ‘배신자’ 이미지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승민 의원은 ‘보수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이러한 단일화 이후 반기문 전 총장과 황교안 총리 지지층을 전부 흡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는 것은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인데, 당장은 크게 실익이 없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이 원하는 구도를 형성하기가 쉬워졌다는 점에서 ‘활로’를 찾은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현재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대권주자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진보 대 보수가 아닌,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양강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는 이런 흐름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일 오후 대구종합유통단지를 찾아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문재인 대세론’이 사실상 굳어질 경우 안철수 전 대표가 바라는 선거 구도마저도 형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문재인 전 대표의 압도적 우위가 형성돼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 1위고 황교안 총리가 그나마 나은 2위라는 사실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밴드웨건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을 강화한다.

결국 이후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의 전략은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황교안, 심상정’이라는 5자구도를 허물 수 있는 정치기획을 관철시키는 것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 정운찬 전 총리, 손학규 전 의원에 김종인 의원을 더한 형태의 구상으로 이를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과 같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전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희정 지사가 지금보다 높은 지지를 받게 될 가능성은 크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사드 배치 등 현안에 대한 중도적 입장을 유지해온 것에서 오는 안정감과 ‘5시간 즉문즉답’으로 대표되는 신뢰감이 고루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안희정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꺾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안희정 지사가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하면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인간적 인연으로보다 정치적 캐릭터로 보나 이재명 성남시장보다는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리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보수세력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야당의 대권주자 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경계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보수언론의 지면에서조차 보수세력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어떤 뾰족한 수도 발견할 수 없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것인지, 60대인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서는 50대들이란 세대론적 대결구도를 형성해보려는 시도가 보일 정도이다.

조선일보 2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2일 사설에서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짧게는 석 달밖에 남지 않았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번 대선이 순조롭게 치러질 수 있느냐는 민주당에 달렸다.”면서 “민주당 대선 주자들부터 국민 갈등과 진영 대결, 극단적 증오를 유발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은 그만둬야 한다”고 썼다. 사실상 정권재창출 포기 선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조선일보는 여전히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스스로도 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세론’은 여기서도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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