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청률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SBS <씬스틸러- 드라마전쟁>(이하 <씬스틸러>)이지만, <씬스틸러>는 참 재미있다. 평일 심야 시간대 방송이지만 지상파에서 방영해서 그런지 tvN <SNL코리아>처럼 보기 민망한 장면도 없고,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콩트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웃음과 감동의 포인트가 고정 출연자인 김신영에게만 맞춰져 있었다면, 23일 방영한 <씬스틸러>에서 가장 큰 웃음을 주었던 인물은 게스트로 등장한 심형탁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심형탁은 도라에몽 덕후로 유명하다. 그런데 <씬스틸러>는 도라에몽 없이는 한시도 못 산다는 심형탁에게 도라에몽을 증오하는 연기를 요구한다. 당연히 심형탁은 도라에몽을 싫어하는 연기를 못하겠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SBS 예능프로그램 <씬스틸러-드라마 전쟁>

<씬스틸러>는 약간의 설정 연기 진행 이후 100% 애드리브로 콩트를 이어나간다. 도라에몽 덕후 아내로 등장하는 강예원 때문에 도라에몽을 싫어하는 남편으로 분한, 진짜 도라에몽 팬 심형탁이 선사하는 웃음은 애드리브 시작부터이다. 애드리브 전에도 도라에몽을 어쩔 수 없이 싫어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심형탁이 배꼽을 쥐게 했다. 그런데 도라에몽을 싫어하는 남자가 아니라 도라에몽을 열렬히 사랑하는 덕심을 숨길 수 없는 심형탁의 솔직함은, 역설적인 상황 설정으로 웃음을 안기는 <씬스틸러>에 적합한 캐릭터였다.

물론 도라에몽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 캐릭터는 대개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좋아하는 건장한 남자의 역설적인 이미지는 큰 웃음을 안겨주지만, 그런 웃음 포인트가 지속되다 보면 금세 식상함을 안긴다. <씬스틸러>의 출연진 중에서 유독 김신영만 주목받는 것도, 다양한 캐릭터를 두루 소화해내는 그녀의 넘치는 끼와 역량 덕분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씬스틸러-드라마 전쟁>

하지만 심형탁은 <씬스틸러>의 고정이 아니라 게스트일 뿐이다. 그리고 도라에몽 덕후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배우로서의 심형탁 연기 또한 좋은 편이다. 고정도 아니고 <씬스틸러>에 일일 게스트로 출연한 심형탁이 자신만이 가진 독특한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하는 과정이 시청자 입장에선 속절없이 즐겁다. 그래서 게스트의 특징을 잘 잡아내 그에게 잘 맞는 옷을 입히고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씬스틸러>의 재치와 감각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이 많은 <씬스틸러>인데 유감스럽게도 시청률은 여전히 3%에 머물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TV만이 아니라 다양한 실시간 방송 서비스, 다시보기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가치를 측정하는 현재의 방송 시스템에서 <씬스틸러>의 3%대의 시청률은 아쉽기만 하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인데 왜 시청률은 오르지 않을까. <씬스틸러>의 고민이 깊어질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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