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시민들의 시위를 외부세력에 의한 선동으로 왜곡 규정했다는 보도가 제기됐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언론은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KBS 성주 시위 ‘외부세력’ 개입 보도가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보도 책임자들의 지금이라도 사실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 특별취재팀은 16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2016년 7월 19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뜻하는 '7-9-16 실수비' 메모에는 '성주 집회 학생 400명. 외부세력 대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KBS<뉴스9> 2016년 7월 19일 리포트 화면 갈무리.

시사인은 해당 메모 내용에 대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의 시위를 외부세력에 의한 선동으로 왜곡하고 여기에 ‘종북’ 딱지를 붙여 반대 투쟁을 약화시키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이와함께 시사인은 지난해 7월 19일 KBS 9시 뉴스가 보도했던 ‘성주 시위 외부세력 확인’ 리포트가 의심된다는 취지를 덧붙였다. KBS<뉴스9>은 이날 <경찰, 성주 시위 외부 인사 참가>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당시 KBS 전국기자협회는 사내 게시판에 성명을 내고 “<문화일보>의 ‘성주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 확인’ 기사가 나간 뒤 이를 리포트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는 오보였고 확인된 건 단지 ‘통진당 등 정당인들이 시위 현장에서 목격되었다’는 것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총국 취재 데스크가 리포트를 거부했으나 네트워크 부장이 ‘리포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윗선의 지시를 인정했다”고 지적하며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보도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KBS사측은 성명서 작성을 문제 삼아 전국기자협회장과 대구지회장, 본사 기자협회장 등을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시사인에 따르면, KBS 사측은 “성주 외부세력을 부각시키라는 KBS의 보도지침과 윗선의 부당한 지시는 존재하지 않았고, 당시 KBS 전국기자협회의 성명서는 5시간 만에 자진삭제 됐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KBS 기자협회와 전국기자협회 관계자는 “성명서에 쓴 내용 자체는 틀린 부분이 없다. 다만 ‘보도지침’ 등 몇몇 표현이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성명서를 내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8일 <성주 ’외부세력’ 뉴스 몰이, 청와대 지침 있었나>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청와대 수석의 ‘외부세력 대처’ 메모는 당시 사측이 벌인 집요한 ‘외부세력’ 몰이 주장이 메모에 적힌 것처럼 청와대발 ‘보도지침’과 연관된 것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해 볼만 한 상황이 됐다”며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보도 책임자들은 지금이라도 사실을 고백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안종범 수석 수첩으로 제기된 청와대와 KBS의 보도 커넥션 의혹에 대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며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나면 고대영 사장은 물론 관련 책임자들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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