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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당한 박근혜가 예수와 동격?기발하지만 성인을 욕되게 하지 않았으면
문한별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1.05 15:15

5일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측 대리인단 서모 변호사가 난감한 소리를 지껄였다지요? 듣자니, 서모 변호사는 어버이연합 법률고문이라던데, 그것만으로도 몰상식, 몰개념, 몰지각, 몰염치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가 구린 입으로 어떤 궤변을 떠벌렸는지 잠깐 들어볼까요?

먼저, 촛불 집회 민심을 가리켜 "국민 민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군요. 탄핵소추안이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의'라고 밝힌 데 대해 "광화문 대규모 촛불 집회를 주도한 곳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인데, 이 (모임을)주도한 곳은 민주노총"이라고 언급한 후 민주노총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행진하는 것을 볼 때 민심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기일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중환 변호사 등 피청구인 법률대리인단이 자리에 앉고 있다.(연합뉴스)

긴 말로 반박할 필요도 없이, 그가 말한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 보자구요. 그의 논리대로, 촛불집회를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그래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행진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당시에 ‘이석기 석방'을 부르짖은 외침은 큰 박수와 환호성을 받아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어떠했습니까?

촛불시위에 편승해서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사람들이 몇몇 있긴 했습니다만 그들은 사람들의 호응을 전혀 끌지 못했습니다. 외려 "이 사람들이 왜 여기 있어?"라며 싸늘한 눈총을 받기 일쑤였지요. 당시의 상황을 보도한 뉴스만 봐도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보수의 입장만을 대변하던 TV조선이나 채널A 등 종편에서도 같은 내용을 내보냈으니까요. 서 씨의 논리대로 하자면 당최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또 말하기를, "국회가 (탄핵안이) 다수결로 통과됐음을 강조하는데, 소크라테스도 (다중에 의해)사형됐고,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며 "다수결의 함정으로 선동하는 여론에 의해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는 발언을 했다는군요. 참으로 재밌고 기발한 발상 아닙니까? 아, 뭐가 재밌고 기발하냐구요?

우선, "기발하다"고 한 것은 탄핵당한 것만으로 박근혜가 순식간에 소크라테스나 예수와 같은 성인의 반열에 설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탄핵 당하기 전엔 권력의 정점에서 온갖 비리와 전횡을 일삼다가, 탄핵 당한 후엔 다수의 횡포에 의해 고난 받고 핍박받는 성인으로 추앙되는 영광까지 맛볼 수 있다니, 이 정도면 탄핵도 당할 만한 것 아니겠습니까?

(연합뉴스)

그리고 ‘재밌다’고 한 것은, 서씨가 '박근혜 살리기'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어쩌면 그가 가장 저주하고 혐오해 마지않았을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박근혜가 다수의 횡포로 탄핵당해 고통을 겪었다면 노무현 역시 마찬가지고, 그래서 박근혜가 소크라테스와 비견된다면 노무현도 같은 논리로 예수와 동격이 되는 셈이니 이 얼마나 웃기는 코미디냐고요?

어버이연합의 법률고문까지 지내신 고명하신 변호사님께 민주주의와 다수결의 원칙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대신 "촛불 집회가 북한의 지령을 따르는 모임"이라느니 "북한이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고 (보도)했는데, 어떻게 산업화, 민주화 역사를 가진 언론이 북한 언론의 칭찬을 받느냐"고 일갈하신 부분에 대해선 이렇게 반문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서모 변호사님. 북한에서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는 식으로 보도했으니 촛불집회는 북한 지령을 따르는 모임일 수밖에 없다고요? 언제부터 그렇게 북한 정권의 말과 언론을 높이 평가하고 신뢰하셨습니까? 북한에서 한 마디 하면 그 모두가 참말입니까? 귀화한 태영호 대사조차 촛불집회를 보고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던데, 서 변호사님의 시각은 다른가 봅니다.

촛불집회의 유쾌함과 건강함에 대해선 이미 온 세계가 극찬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촛불에 대해선 신경을 끄시고, 그토록 북한 정권의 사주와 선동을 염려한다면 김정일로부터 "우리 모두 위대한 지도자의 자녀이니 선친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우리 둘에게 달렸다"는 격려와 응원의 말을 듣고 온 박근혜 대통령이나 꾸짖고 경계하는 게 어떠합니까?

문한별 칼럼니스트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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