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YTN 사장의 사퇴로 임시 대표이사를 맡은 배석규 전무가 실·국장들에게 보직사퇴서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직사퇴서 제출을 요구한 대상에는 보도국원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돼 임기가 보장된 보도국장도 포함되어 있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가 “보도국 접수 기도”라며 비판하고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다.

YTN에 따르면, 배 전무는 이날 오전에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동안 원칙과 소신을 갖고 회사가 흔들리지 않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새로운 체제 정립을 위해” 실·국장들에게 보직사퇴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YTN노조 “보도국 장악하려는 의도”

▲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미디어스

이에 대해 YTN노조는 ‘보도국 접수 기도를 포기하라’는 성명을 내어 “보직사퇴서를 요구한 것은 조직을 장악하고 간부들을 자신 앞에 줄세우겠다는 것과 보도국장 교체 또는 보도국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YTN노조는 “일반 보직 간부의 경우, 바꾸고 싶으면 인사권을 행사하면 그만이기에 보직사퇴서 제출은 인사권자에게 아무 의미가 없지만 보도국원들의 선거를 거치며 임기가 보장된 보도국장은 인사권자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교체할 수 없다”며 “(보직사퇴서 요구는) 보도국장을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근거를 손에 쥐는 것이며, 지위가 불안해진 보도국장을 통해 보도국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YTN은 ‘보도국장 임면에 관한 단체 협약’과 ‘보도국장 복수추천제 시행 규정’에 따라 노조가 보도국장 선거를 주관,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 중 상위 득표자 3명을 사장에게 추천하며, 사장은 이 중 한 명을 신임 보도국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보도국장 임면에 관한 단체 협약’은 “회사와 노조원, 대표이사가 보도국장을 임면함에 있어 사원들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해당 국장이 소신있게 공정방송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YTN노조는 또 “보도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본홍 씨가 사실상 경질된 마당에, 외압을 행사한 쪽에서 보면 보도국장인들 눈에 거슬리지 않겠냐”며 “보도국장을 날려버리거나 보도국장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역할을 배전무가 자임한 것이 아닌가 심각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YTN노조는 배 전무를 향해 “직무대행에게 허락되는 소신은 능력 있는 후임 사장이 투명하게, 조속히 선임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마치 사장이 된 것처럼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았다면, 사장 자리에 욕심이 없으며 추후 사장 공모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보직사퇴 요구 대상이 된 간부는 “보도국 장악 기도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간부는 “지금은 사장의 공백을 최소화 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책임감 있게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보직사퇴를 요구한 것 같다”며 “노조에서는 ‘보도국 장악 기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봤을 때 보도국을 장악하겠다는 뉘앙스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러한 행동이 해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라면 괜찮겠지만 (해직자 문제로 인한) 상처가 고착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보직사퇴 요구가 일반 부·팀장들에게까지 확대된다면 다른 불협화음이 일어나 상황이 많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노종면 지부장은 “실·국장들은 이미 배 전무와 한 편인 인사들이기에 이들에게 보직사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보이기 위한 행동으로, 이를 두고 ‘분위기 쇄신’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보도국장은 보도국장 임면에 관한 단체 협약 등에 따라 무슨 이유로든 사퇴를 요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국장에게 보직사퇴서를 요구하는 것은 보도국장의 지위를 손에 쥐고 보도국을 흔드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는 6일 배 전무 임시 직무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실·국장을 비롯해 부·팀장들까지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가 열린다. 보직사퇴 요구가 실·국장들 뿐 아니라 부·팀장들까지 확대될 경우, YTN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인사를 둘러싼 내홍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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