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이 청와대가 부장판사급 이상의 사법부 모든 간부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5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문건이 있다"고 폭로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5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관련 특급정보 8개가 있고, 이 중에는 헌정질서를 뒤흔들만한 사안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사안을 2년 전에도 발표를 했다면 이런 비선실세들에 의한 국정농단이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소상히 밝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한규 전 사장은 "공개하겠다. 당시 2년 전에도 취재 중이었는데, 고소가 들어오고 기자들에 대해 30시간 이상 씩 검찰조사가 이뤄졌다"면서 "제가 해임되지 않고 연임했으면 반드시 진상을 밝혔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혜훈 의원은 "사실이라면 헌정질서를 유린한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일 뿐 아니라 우리 위원회가 각종 사법부 길들이기, 개입, 탄압, 사찰 이런 의혹들이 있는데,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 사법부 사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의 말에 조한규 전 사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단한 비위사실은 아니지만, 등산 등의 일과 상활 등을 낱낱이 사찰해서 보고한 내용"이라면서 "춘천지방법원장인 최성준 지방법원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 대법관 진출을 위한 문제 등 이런 두 건의 사찰문건이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사장은 "이는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 모든 간부들을 사찰한 명백한 근거"라면서 "필요하시면 국조특위에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열린 <헌정유린 사찰의 주범 김기춘을 구속하라> 기자회견에서 언론·시민단체들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등장하는 청와대의 사법부 개입 정황을 공개한 바 있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 2014년 9월 6일 분에는 ‘법원 지나치게 강대, 공룡화’, ‘경제수단 생길 때마다 다 찾아서-검찰입장’, ‘길을 들이도록(상고법원, or)갑일 시에만’, ‘법원 지도층과의 현하 communication 강화’ 등의 메모가 등장한다. 이 중 상고법원은 대법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1년부터 대법원장직을 맡고 있다.

또한 조한규 전 사장이 청와대가 사찰했던 인물 중 하나로 지목한 당시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은 2014년 2월 춘천지방법원장 임기를 마친 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잠시 부장판사로 재직하다가 4월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됐다.

조한규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도 밝혔다. 조 전 사장은 "한학자 총재의 김만호 비서실장이 2015년 1월 스위스 그랜드힐튼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청와대에서 그런(해임하라는) 전화가 와서 불가피하게 해임하겠다고 얘기했다"면서 "저만 들은 것이 아니라 박종현 차장, 신진호 차장이 김만호 비서실장을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고, 기자들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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