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부양한다고 재정지출을 늘리고 대대적인 감세를 단행하더니 나라 곳간이 텅텅 빈 모양이다. 세금을 더 걷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비과세-세감면을 없애고 간접세를 올리려는 데 있다. 비과세-세감면의 44.6%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이다. 간접세는 소득에 상관없이 부자나 빈자나 똑같이 부담하여 역진성(逆進性)이 크다. 그 때문에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킨다.

▲ 내일신문 7월 20일자 1면.
MB정부는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호기 있게 내렸다. 감세가 소비와 투자를 진작해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30대 재벌그룹의 지난 상반기 투자는 1년 전에 오히려 15.7%나 줄었다. 채용인력도 32.6%나 감소했다. 경기부양에 효과가 없었다는 소리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 부자감세를 밀어붙였다. 이에 앞서 3월에는 호텔, 골프장, 예식장, 대규모 전문식당, 휴양시설 부속식당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혜택을 2년간 더 연장해 주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MB정부 5년간 감세규모가 96조원에 달한다며 증세로 방향을 틀었다. 다급한지 세금 나올 구멍을 찾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먼저 노동자, 농어민에게 주는 비과세-세감면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07년 감세규모가 12조182억원인데 이것부터 줄인다는 것이다. 할당관세 대상품목을 75개에서 48개로 축소했다. 사료원료 18개 품목 중에서 8개가 그 대상이다. 축산농가에 주던 관세혜택을 없앤 것이다. 커피, 밀가루 LNG 등 서민, 중소기업을 위한 관세혜택도 폐지했다. 물가안정보다는 증세가 더 시급하다는 뜻이다.

농어업용 기자재 영세율, 농어업 면세유, 수송용차량 유가보조금 등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창업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도 폐지를 검토한단다. 이 모두 농어민, 생계형 운전자, 중소기업을 위한 세금혜택이어서 서민증세라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전방위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타격을 입을 농민들의 반발이 드세다.

또 열효율이 낮은 냉장고, TV, 세탁기에 개별소비세(구 특별소비세) 물린단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지만 이 또한 세금을 더 걷으려는 짓이다. 열효율이 낮은 제품은 주로 서민들이 사는 저가품이다. 대형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주로 밥집, 술집에서 쓴다.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모자라 담배세, 주류세를 들먹인다. 이참에 ‘죄악세’, ‘징벌세’ 차원에서 세금을 크게 올려 음주-흡연버릇을 바로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권이 언제 국민건강을 생각했다고 위선을 떠나? 정직하게 세금을 더 걷자니 별 수 없다고 실토하라. 2004년 담배값을 2,500원으로 500원 올렸으나 담배소비가 줄었다는 증거가 없다.

술도 마찬가지다. 대중주인 소주와 맥주에만 매달리지 말라. 포도주와 위스키 비싼 것은 수십만원, 수백만원이나 하는 부자술이다. 어찌 포도주는 맥주와, 위스키는 소주와 세율이 같나? 고도주-고가주에 차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더 붙여야 한다. 위스키는 영국, 포도주는 프랑스의 통상압력을 의식해 만만한 소주, 맥주 타령만 하냐? 정말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마시게 정치를 잘 하라. 그럼 준다.

금년 부가가치세 세수전망치가 44조3,000억원이다. 2%만 올려도 10조원이 생긴다. 그러니 부가세를 탐내는 모양이다. 1977년 부가가치세제 도입이 몰고 온 물가폭등을 상기하라. 부자가 덜 낸 세금을 빈자가 더 내라니…. 국민을 바보로 아니 조세저항을 두려워 않고 막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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