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청와대의 권력 심기 지킴이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8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 중 2014년 8월 26일분에는 '다음 아고라-방심위 통신분야 인적 구성 약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다음 아고라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인터넷 논객들이 다수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방심위가 이들의 활동을 제재할 방심위의 인적 구성을 주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일부. '대통령 모독적 발언 (정치, 외교-)'라고 적혀 있다.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9월 16일에는 '대통령 모독적 발언 (정치. 외교-)', '사이버혼란 방치, 철저규명, 재발방지 노력', '사이버단속 강화 방안. 현재 동향-발전적-개선 추세 여부. 내부소집, 외부는? 가시적 성과로 만들 수 있는 사건은?'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사이버상에 등장한 청와대에 비판적인 글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뉘앙스다.

9월 17일은 '<장> 사이버-적폐 발견되는 대로 처벌의지 표명', 9월 18일에는 '17:00까지 회의. 실무자 토론회 형식. 검, 경, 방통위, 방심위, 인터넷진흥원, 포탈 - 사이버 범죄수사단/여,야 고소.고발'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장', 즉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비판적인 인터넷글에 처벌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9월 18일에는 '의지표명-적폐 일소. 발견되는대로 수사.응징-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메모가 발견된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일부. '사이버-적폐 발견되는대로 처벌의지 표명'이라고 적혀 있다.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10월 2일에는 '방심위-피해자 본인신청이 있는 경우에만'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명예훼손 게시물은 본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신고할 수 있는데 이를 지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1월 6일,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장> 인터넷 방송 피해 多-신고, 규제가능성 검토-제도화'라는 메모가 등장했다. 사이버상의 청와대 비판적인 글을 법적으로 제재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그리고 방심위는 명예훼손 게시물을 당사자 뿐 아니라 제3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통신심의규정을 개정했다. 사실상 청와대를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청와대 의중에 따라 검열하는 개정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에서 방심위는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규정돼 있지만,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방심위 관계자는 "명예훼손 심의와 관련한 통신심의 규정 개정 취지는 상위법인 정보통신망법에서 명예훼손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하위 법규인 정보통신심의규정에서는 친고죄로 운영하고 있어, 상위법과의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서 "공인이 아닌 사인에 대한 무수한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특히 노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의 취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의 공인은 당사자가 신고해야만 심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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