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지난 주말이었다. 적어도 검찰은 대통령에 대해서는 '종'이기를 거부했다.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 아니 사실상 주범임을 공소장에 명시한 것이다. 아마도 김수남 검찰총장이 최재경 민정수석의 압력에 버티면서 옷 벗기를 각오한 모양이다.

그러자 대통령은 편파적인 검찰 수사 운운하며 수사받기를 거부하고 국회가 추진하는 특검에 대비하겠다고 나섰다. 이제야 탄핵소추 요건이 갖춰졌다고 공세를 펼 야권을 향해 '이렇게 욕보일 거면 차라리 탄핵소추를 하라'고 적반하장도 잊지 않았다. 해외 정상회담까지 참여하겠다며 '배째라' 초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21일 청와대 정문(일명 11문) 앞에서 경찰 근무자가 근무를 서고 있다.(연합뉴스)

애초부터 대통령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 봤던 터라 그리 놀랍지 않다. 야권이 탄핵소추를 처음부터 배제하고 나오는 것이야말로 이런 시간 끌기에 이용당하는 거라고 봤다. 뒤늦게나마 이제 탄핵소추는 기정사실화했다. 대통령이 나라를 담보로 마음껏 분탕질 치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직무정지를 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하는 게 맞다.

야권의 걱정은 그 뒤에 이어지는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다. 이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야권의 고민이다. 그래서 대통령한테 야권이 추천하는 새 총리를 국회 합의로 대통령에 추천해서 던지는 것을 탄핵소추 이전에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뾰족한 해법도 안 보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갑갑하다. 방법은 하나가 있다. 새 총리가 이끄는 과도내각이 어렵다면, 헌 총리가 대행하게 될 내각의 성격을 과도내각으로 자리매김하면 된다. 관련된 쟁점을 하나씩 정리해 보자. 먼저, 과도내각이게끔 하는 시간의 단축이다. 예를 들어 탄핵소추 의결과 함께 특검이 진행되도록 하도록 한다. 특검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순서상으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90일 안에 헌재는 결정을 해야 하고, 특검 역시 이 기간 안에 종료해야 한다. 11월30일 탄핵소추가 이뤄지면, 특검과 헌재 결정은 2월 말까지는 끝나야 한다.

둘째, 사실상 과도내각 성격 규정의 핵심에 있는 조기 대선에 합의하는 일이다. 여전히 개전의 정이 없는 친박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여기에 합의만 한다면 대통령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조기 대선에 대한 정치권 각자의 이해관계가 미묘한 차이가 있겠으나, 다를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탄핵심판의 의결을 전제로 한다면, 조기 대선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조기대선일을 정치세력이 합의해 원포인트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과도내각의 성격을 부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19대 대통령선거는 4월30일 실시한다”는 조항 정도를 헌법 부칙에 넣는 개헌을 단행하는 것이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며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 과반수 이상의 투표와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이렇게 하면 헌 총리가 이끄는 과도내각이 월권을 못하게 하는 과도내각이게끔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사상 초유의 헌정 유린 사태에 분노하고 있는 시민들이 조기 대선일까지 헌정을 수호하는 직접적인 파수꾼의 구실을 하게 된다. '촛불은 꺼지게 마련'이라는 식의 오만에 대해 시민들이 침을 밭게 하자는 것이다

'배째라' 초식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굵고 짧게 오냐 '째주마' 하면 되는 것이다. 새 총리가 이끄는 과도내각을 고민하기보다 친박을 제외한 채 조기 대선일에 합의해 원포인트 개헌에 나서 국민투표에 나서는 게 생산적인 고민이다. 친박을 제외한 모든 정치권은 여기에 머리를 맞대는 게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합의하고 공정한 대선경쟁에 들어가면 된다.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헌법 개정의 내용은 공정한 대선 경쟁 과정에서 의제를 제기하고 새롭게 창출되는 권력 안에서 논의의 매듭을 지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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