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는 시의성이 있다. 그 풍자의 대상이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풍자는 유효하다.

이미 <무한도전>, <런닝맨> 등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룬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 풍자는 국민들에게 은연중에라도 잊지 말자라는 말을 한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풍자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꽃놀이패>에 등장한 풍자 또한 마찬가지다. 김희철이 게스트로 등장해 흙길이 싫다고 안정환에게 꽃길로 보내달라는 장면에서 현실 풍자는 보였고, 다른 장면에서도 등장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꽃놀이패>

안정환에게 애교를 부리는 김희철. 그를 외면하고 싶으나 지속적으로 애교 공격을 하자 안정환은 ‘카메라 꺼봐 봐’라고 했고, 김희철은 그를 녹취해 공개한다는 협박을 했다. 이에 <꽃놀이패>는 ‘뉴스 속보’ CG를 넣으며 “내가 이러려고 꽃놀이패 했나”라고 박근혜의 일방적 담화를 풍자해 웃음을 줬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2차 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라는 말을 해 국민적 조롱을 받고 있는 시점이기에 이 풍자는 매우 적절했다.

또 트와이스의 나연과 모모가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린 멤버 중,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린 멤버를 선택하는 부분에서 유병재를 선택. 그 선택 이유를 묻자 ‘왜인지 모르지만’이라는 응답 부분에서 등장한 자막 ‘유병재의 주술(?)에 사로잡힌 듯’이란 부분은 폭소케 한 장면이었다.

이어 안정환이 이름을 쓰지 않기로 했다가 작은 글씨로 모모를 썼다고 ‘모모 게이트’란 자막이 등장한 부분도 폭소케 한 장면. 형식적이고 영혼 없는 조세호의 사과 부분에서도 ‘논란만 더 부추기는 사과’라는 자막 또한 뼈 있는 웃음을 줬다.

SBS 예능프로그램 <꽃놀이패>

마지막으로 서장훈이 고기를 잡아 올리는 장면을 연출하다가 놓쳐 허망한 부분에 ‘이러려고 연출했나 자괴감 들어’ 자막은 뻔히 누군가를 향한 자막인가를 알 수 있게 한 부분. 이처럼 <꽃놀이패>가 노린 풍자의 대상은 명확했고 큰 웃음을 주기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이 풍자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예민한 현안에 대해 잊지 않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 충분했다. <꽃놀이패>의 풍자는 신경 쓰고 보지 않으면 흘려보낼 수 있는 풍자였지만, 은연중에라도 기억해 낼 수 있게 한 풍자였다는 점에서 칭찬이 아깝지 않다.

예능에서 보여지는 시의성 있는 풍자. 시의성을 떠나 대중적인 유행 코드로 녹여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장기적으로도 시청자에게 좋은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기에 <꽃놀이패>뿐만 아니라 다른 예능에서도 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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