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이대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으로 불거진 사퇴 압박이 시작된 지 80여일 만이다. 최 총장이 사퇴하면서 단과대학 사업으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이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희 총장은 이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최 총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1시간 여 앞둔 19일 오후 2시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최 총장의 사임에도 이대 교수비대위의 기자회견은 정상적으로 열렸다.

▲19일 오후 이화여대 본관 앞을 가득 채운 학생들. ⓒ미디어스

이대 교수비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최경희 총장의 사임 표명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최경희 총장 개인으로서 애를 많이 쓴 것은 구성원들 모두 잘 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고, 지난 7월에는 경찰력 1600명이 들어오는 '이대 사태'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는 130년 역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했고, 총장의 경찰 투입 요청에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한 학생들의 함성은 이제야 해결이 됐다"며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안위"라고 말했다.

박경미 기독교학과 교수는 성명서 낭독에 앞서 "최경희 총장이 물러났지만 아직 우리에게 더 남은 과제가 많고, 여전히 추악한 박근혜 정권과 결탁한 비리 의혹들은 남아있다"며 "우리가 눈을 똑바로 뜨고 추악한 박근혜 정권과 최경희 총장, 그 주변인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바라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명서에서 교수비대위는 "최근 두 달간 우리가 학교에서 목도한 일들은 우리의 믿음을 뿌리째 흔들어 놨다"며 "최 총장은 경찰을 부를 것이 아니라 학생과 마주 앉아야 했다. 기자들 앞에서 학생들을 비난하는 대신 상처받은 학생들을 위로해야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7월 30일 이후 80일이 넘도록 외롭고 정의롭게 투쟁해 온 학생들의 희생이 컸다"며 "학생들이 본연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80여일 째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 ⓒ미디어스

교수비대위는 "정 모 씨의 입학에 특혜가 있고, 학사경고 위기에 몰린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학칙을 개정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연한 실수가 아닌 대학의 존립을 위협하는 폭거"라며 "최경희 총장이 연루된 것이 사실이라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교수비대위는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교수들이 해결했어야 할 문제였다"면서 "학생들에게 무한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앞으로는 선생님들이 대신해서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혜숙 교수는 "애초에 저희가 요구한 사항은 ▲학생들의 안위보장 ▲재단 개혁 ▲최경희 총장 사퇴 등 3가지였다"면서 "아직 2가지 과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학생들은 아직도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여타의 법적 처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최경희 총장도 탄원서를 제출한 사안이니 이어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논란을 낳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은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의혹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교직원들을 상대로한 재단 설명회에서 들은 바로는 이 학생(정유라 씨) 외에도 소급 적용은 여러 차례 있었고, 체육학부의 현실 안에서 요구했다고 하니 그런 부분은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여러 상황이 이 학생에게 집중돼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을 아직 규명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4시쯤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를 필두로 학내행진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

끝으로 이대 교수비대위는 강태경 영문학과 교수의 선창을 따라 구호를 외쳤다. 이대 교수비대위와 이대 본관 앞에 모인 학생들은 "권력유착 학사문란 비리총장 물러가라", "대학자유 짓밟은 폭군총장 해임하라", "이화정신 꽃 피운 학생 안위 보장하라", "이화의 미래 위해 지배구조 개선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학내를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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