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의 봉쇄조치 법적 책임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직 프리미엄마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여론조사 앞에 발가벗고 섰다.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중 누구하고 붙어도 진다는 결과 앞에 지금 오세훈 시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독립시사주간지 <시사IN>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시민 전 장관, 오세훈 시장, 노회찬 대표와의 3자 가상대결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이 45.9%, 오세훈 시장은 38.2%, 노 대표는 10.8%를 기록했다. 한편, 한명숙 전 총리, 오세훈 시장, 노회찬 대표의 3자 가상대결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43.8%를 얻어, 오세훈 시장(33.8%)을 무려 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TV <100분토론>과 라디오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민주당 단일후보로 출마할 경우 오세훈 시장을 42.3% 대 35.3%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오세훈 서울시장 ⓒ여의도통신
졸지에 오세훈 시장이 ‘동네북’이 됐다. 아니 ‘서울북’이 된 것이다. 사실상 임기를 꼭 1년 가량 남겨두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입장에선 아주 뼈아픈 여론조사 결과일 터. 승승장구하던 오세훈 시장에게 치명타를 안겨준 두 사건이 있으니, 하나는 지난 번 총선 때 ‘뉴타운 공약 남발’의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시민들과 야당의 집중타를 맞은 것이다. 특히 박빙의 승부처였던 ‘정동영 대 정몽준’의 대결에 아주 결정적인 쐐기를 박아대던 ‘뉴타운 공약’이 나중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거짓으로 드러나기까지, 오세훈 시장의 애매모호했던 태도는 질타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다른 하나의 치명타. 사실상 지금 여론조사에서 가장 크게 반영됐을 ‘서울광장 봉쇄조치’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오세훈 시장에게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이 봉쇄가 6·10항쟁 기념문화제까지 이어진다면 더 이상 ‘실지 회복’을 위한 그 어떤 처방도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다.

봉쇄냐 아니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법이 보장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판단에 달렸다. 오세훈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봉쇄해제를 요구했으나 다른 국무위원 전원이 다 반대해서 결국 서울광장 봉쇄조치를 풀지 못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오세훈 시장에 대한 일시적인 동정심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조문정국에서 서울광장 봉쇄는 아픈 상처였지만, 20여 년 이어져 온 6·10항쟁기념문화제마저 서울광장에서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사실상 ‘서울시민들에 의한 정치인 오세훈의 정계 강제퇴출’이라는 엄청난 후폭풍이 밀려오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뭔데, 서울광장 봉쇄를 하느니 마느니 하냐, 강희락이 뭔데 집회 허가를 주느냐 마느냐 하냐’는 시민들의 분노를 오세훈 시장은 읽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가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경찰청장에게 빼앗겼다면 무능력한 오세훈 시장이 부각되는 것이고, 혹여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국무회의나 경찰청에 떠넘겼다면 비겁한 오세훈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이리라.

오세훈 시장의 결단이 오늘 당장 필요한 시점이다. 직권으로 서울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정치적 결단, 시민들을 위한 결단’을 내린다면 정치적 실지 회복의 가능성은 일단 열린다. 하지만 이 결단을 미루거나 포기한다면, ‘한강프로젝트’도 더 이상 오세훈 시장의 업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식물정치인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자해적 정치인 오세훈’으로 오명을 남기며,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오세훈 이름 석 자는 무능하고 비겁했던 정치인 또는 서울시장으로 길이 남아 역사가로부터 질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배수의 진을 치고, 6·10항쟁기념문화제를 서울광장에서 치를 수 있게, 더 이상 강희락 경찰청장 따위가 ‘주인 행세’ 하지 못하게, 시민들의 품에 서울광장을 돌려주는 결단을 함으로써, 독립적인 정치인의 모습, 독자노선이 가능한 한나라당의 인물로, 현실에서 역사 속에서 오세훈의 가치를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을 간곡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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