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오는 10일, 서울광장에서 열 예정인 ‘6·10 범국민대회’를 경찰이 막겠다고 나섰다. 범국민대회가 예정된 10일 서울광장에서 자유총연맹 등이 주최하는 다른 행사가 예정돼 있어, “상호 충돌이 예상돼” 집회를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란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서울광장 봉쇄 논란과 관련, “집회를 여는 주최 측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인가에 따라 (선별적으로) 광장 개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6월10일의 광장도 역시, 선출직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부담은 덜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정권의 안위만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경찰청, 특히 강희락 경찰청장이 결정, 자진 ‘독박’을 쓰고 하는 모양이다.

서울광장은, 상식에 따르면 서울시민이 주인이고, 시위를 목적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제를 목적으로 하는 집회이면 허용하는 것이 법이다. 서울시 조례에 비춰 봐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한데 이 광장을 경찰청장이 입맛대로 판단하고 재단해서, ‘니는 되고 너는 안된다’는 엽기적 발상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락시켰다.

법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나 검찰청 국세청 경찰청이 매번 ‘법치’보다는 ‘통치’차원에서 판단하고 밀어붙이는 짓을 다반사로 해대니 국민들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대한 그나마 애정마저 접고 야당쪽 지지로 선회한다는 것을, 이들은 가소롭게 바라보고 있다는 또다른 증거이다.

이명박 정권의 권력기관 경찰 검찰 국세청 감사원 심지어 법원까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조직이요 수단이니, 하고 싶은 대로 마음가는 대로 ‘생각 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구비되어 있는 상황이니, 저들에게 수없이 변하는 지지율이니 여론조사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선거 직전에 한 방 크게 터뜨려 선거국면을 일시에 바꿀 수 있다는 선거공학적 잔머리만 잔뜩 들어 있으니 여론이 무서울 리 없다. 북한이라는 비장의 카드는 항상 한국정치사 한국선거사에 정부여당의 유용한 무기이다. 또 정치인 부패비리혐의는 항상 있는 것으로 검찰시켜 ‘먼지털이’ 시키면 되고, 그것도 유력한 야당 정치인 한 둘 엮으면 순식간에 선거분위기 역전시킬 수 있다. 이처럼 건설회사의 ‘십장’ 같은 정치관으로 무장해 있는 최고위층이나, 십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권력의 개노릇하는 경찰청장이나 검찰총장 등이 무슨 양심이 있고, 의식이 있겠는가.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이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6월항쟁을 기념하고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를 불허할 이유는 없다… 이게 불법이라면 경찰이 합법으로 보는 대규모 군중집회는 어떤 게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으면 범국민대회 불허 결정은 정치적이고 편파적이고 자의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말도 가소롭게 볼 것이다. 저들은 ‘정치적이고 편파적이지 않은 세상의 일도 있나, 아니꼬우면 정권 잡지’ 운운하며 권좌에서 비웃고 있을 터이다.

오로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힘으로 국민들의 힘으로 서울광장을 직접 가져오는 길밖에 없는 상황. 저들은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있었던 자유총연맹’을 미끼로 삼아 ‘충돌’ 운운하며 또다시 시민들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들을 적대시하는 불온하고 음습한 결정을 밀실에서 내리면서, 전투경찰 몇몇의 희생은 있겠지만, 정권보위 차원에서 결코 논리적인 대응을 하지 말고 물리적 대응만을 강조 부각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의 대응뿐만 아니라 장외투쟁도 병행하겠다는 결정을 최근에 내리고 언론에 밝힌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정희 강기갑 권영길 의원의 민주노동당과 조승수 의원 노회찬 대표의 진보신당이 최근들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요즘처럼 야당의 필요성을 절감할 때도 많지 않았다. 야당의 깃발 뒤에 시민들이 있음을, 그래서 결코 넘지 못할 명박산성이 아님을 한 번쯤 보여줄 때가 됐다. 야당의 분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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