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후 불법집회가 우려된다는 막연한 이유로 전경버스로 봉쇄해왔던 서울광장이 시민들에게 지난 4일 전격 개방됐다.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서일 게다. 그러나 서울광장이 시민들에게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다. 경찰은 언제든 광장을 다시 봉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차벽으로 막혀 있던 서울광장이 시민들에게 개방된 그 날, 중국 베이징의 상징인 텐안먼 광장은 봉쇄되어 있었다. ‘6·4 톈안먼(天安門)사태’ 20주년을 맞아 소요사태를 우려한 중국 공안은 톈안먼 광장 곳곳에 검색대를 설치해 시민과 관광객의 신분을 확인한 뒤에야 광장 입장을 허용했다고 한다. 같은 날 ‘광장’을 놓고 국가체제가 전혀 다른 두 나라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경우도 2002년 월드컵 이후 참여정부와 함께 만들어진 서울광장이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광장으로 시민들 품에 돌아왔다. 우리 국민의 아고라로 불리는 서울광장에는 월드컵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모이기도 했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참여와 소통이라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시켜 나갔고, 이를 지켜본 외국인들은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서울광장은 더 이상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론의 장은 아닌 듯하다. 불법 시위가 우려된다는 법적 근거도 명확치 않은 이유를 대며 전경버스로 봉쇄하고,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연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시민들의 공론장인 서울광장을 포함해 인터넷 공간마저 갖은 규제와 통제로 직접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들이 6월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광장(아고라)을 통제하려는 데 점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러한 규제와 통제를 피해 국내 네티즌들은 구글이나 유튜브, 지메일 등 해외 주요 인터넷 사이트로 하나둘씩 사이버 망명길에 오르고 있다.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을 막기 위해 유튜브, 트위터, 핫메일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 6000여개의 접속을 차단한 중국을 현정권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마저 될 정도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이길 바라지만 돌아가고 있는 정치·사회적 상황을 보면 텐안먼 광장의 현재 모습이 다가올 우리의 광장 모습이 아니라고 할 확신이 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