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했다.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3시의 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 소식을 듣고 프리젠테이션에 들어갔던 광주라고 하던데, 어찌되었든, 2015년은 광주에서 축제 한마당이 벌어질 수 있을 듯싶다. 더군다나 이거, 재수 끝에 맞이한 경사인지라, 광주 입장에서는 감격이 더 클 수밖에 없겠다. 지난해 2013년 U대회에 도전했다 러시아 카잔에 패배했으니 말이다. 강원도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에 도전하다 러시아의 소치에게 발목을 잡힌 것처럼.

먼저 축하의 말을 전한다. 어찌되었든 이벤트 하나를 시 차원에서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니. 그리고 한 번 대화를 나눠보자. U대회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는데, 그 사후대책에 대한 로드맵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사실, 오늘 내가 쓰려고 하는 것도 다 이것과 관련된 것이다. 이벤트의 사후대책. 경기장의 애프터서비스.

광주는 왜 U대회를 유치하려 했나?

광주는 왜 U대회를 유치하려 했을까? 그것도 재수하면서 말이다. 국민일보의 남병곤 선임기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는 “호남권 스포츠 복합단지로 선점을 구축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U대회,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인천아시안게임 등을 볼 때 전 국토가 균형있게 스포츠인프라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이번 광주 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여기에 2011년 개최될 세계환경엑스포를 비롯해 2013 세계공예엑스포, 2014세계수소에너지대회 개최에 힘입어 광주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빅 이벤트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국민일보, 2009.05.25, 20면)는 분석을 내놨다.

▲ 국민일보 5월 25일자 20면.
어디 이뿐이겠는가? 스포츠와 관련된 국제대회 유치때마다 나타나는 경제효과담론도 한몫 했다. 많은 언론이 인용하는 ‘관련 기관 및 체육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생산 유발효과는 9500억원, 고용창출만도 1만2000여명이라고 한다. 동아일보는 조금 더 자세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언급하며 하계U대회가 생산유발효과 8157억원, 부가가치 유발 3975억원, 1만5000명 이상의 취업유발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으니 말이다(동아일보, 2009.05.25). 물론 이는 검증하기 난해한 허구담론에 불과할 수 있다. 나가는 돈은 생각 않고, 들어오는 돈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외론의 이유도 있다. 이미 서울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부산이 아시안게임 유치와 2020년 올림픽유치 도전, 강원도 평창은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와 동계올림픽 3수 도전, 대구가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치렀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 인천 역시 하계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이건 뭐, “스포츠이벤트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전라도와 충청도는? 당연히 소외론이 나올 만하다. 충청도는 스포츠 이벤트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지만, 전라남북도의 경우 무주가 평창과 함께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지리적 여건에 합당지 못해 평창에게 넘겨주어야만 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러니 광주 입장에선 ‘더 이상의 소외는 없다’는 각오가 생길 만도 하다.

광주가 U대회 유치에 목숨 건 이유

사실,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일은 일종의 로또복권과 비슷하다. 도박이라는 거다. 유치비용으로 많은 돈을 투자해 유치하면 금전적으로, 혹은 부와 명예를 쥘 수 있는 조건이 따라오지만, 실패해도 밑져야 본전이 된다. 유치하려던 시나 도의 재정에 약간의 타격이 올 뿐이다. 그거야 주민들의 혈세로 메워 넣으면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가능하면 불확실한 유치전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돈으로 생활체육 시설 몇 개 더 세우는 게 시민건강을 위해 더 좋다면서 말이다.

이번 광주U대회의 유치는 액면 그대로 봤을 땐 아주 순수한 의도만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자체가 국제스포츠대회를 유치하면서 써먹었던 전략이지만, 광주 역시 생산유발효과 얼마, 고용유발효과 얼마라는 검증불가능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시민들을 현혹시키며 유치비용으로 100억 이상의 돈을 지출했다. 중간에 환율이 상승하는 바람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는 후속담도 전해지지만.

더불어 국제대회 하나 유치하면 그 도시가 ‘짠’하니 명품도시가 되는 것처럼 거짓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낸다. 그 주체는 건설사를 사주로 둔 지역 대부분의 언론들이다. 그들이 앞장서서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을 외치고, 그러한 언론(?)에 떠밀려 지방정부가 움직인다. 건설사가 뒤에서 돈을 대준다. 유치가 되면 그 건설사가 관련 입찰권을 따낸다. 이런 식의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순환한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상 재도전에 실패하고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자 광주시는 ‘시민 명령에 따라 재도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다시 건설사를 사주로 하는 언론사와 관변단체를 동원,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갑자기 지역신문에는 재도전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관변단체 인사와 공무원들의 기고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광주드림의 황해윤 기자가 한 말이다. 그녀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광주 유치를 반대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유치되어 나오는 이익이라는 것이 결국 정치권력, 건설업자, 투기꾼, 개발업자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 박광태 광주시장 ⓒ여의도통신
나아가 어떤 이는 이번 광주의 U대회 유치는 박광태 시장의 치적쌓기와 허물감추기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미 그는 지난 4월 말, 시민단체에 의해 업무추진비 전용 사유로 고발당한 바 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시민이 만드는 밝은세상’이 4월29일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총 집행액 중 5억3천만 원이 현금성 경비로 사용되었고, 이 중 선거법 위반을 의심해볼 만한 여지가 있는 집행 건수가 4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4월에 개국하는 광주영어방송국 사장 선임 안을 놓고 박 시장이 특정인을 선임하려다 일부 이사의 반발에 부딪혀 제동이 걸리기도 하였다. 결국 이사회에서 박 시장과 일부 이사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언쟁이 벌어졌고, 회의도중 박 시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데. 광주광역시 시장선거에서 3수를 앞두고 좋지 않은 행적을 무마하려는 하나의 시도가 바로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가 아니겠냐는 것이 대부분의 중론이다.

결국, 종합해보면, 광주U대회는 고용창출 효과나 생산유발효과 차원에서 유치된 것이라기 보다는, 한 개인, 정확하게 말해 박광태 광주시장의 개인적 의도에 의해 유치된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이 지금까지 치러져 왔던 거의 모든 스포츠메가이벤트가 이런 식의 정치인의 뒷담화가 끼지 않는 것이 없는지.

이제 어쩌나…

뭐, 이미 유치했는데, 물릴 수도 없고. 잘 치러야 할 궁리를 해봐야겠다. 난 광주U대회가 지금까지 있었던 스포츠메가이벤트의 뒤를 밟지는 않았으면 한다. 바로 사후대책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메가이벤트의 역사적 발자취를 보면 실행 당시에는 모두가 성공적이었다. 가장 가깝게 2008베이징올림픽도 그렇고, 월드컵도, 아시안게임도 모두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후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혼잡함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계획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저조한 경기장 활용, 유지비 낭비 등, 그러한 혼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꾸 말하지만, 시합 중 찾아오는 관광객이 그 다음에 또 찾아올 것이란 기대는 버려야 한다. 관광지 혹은 관광명소란 그렇게 단발성 행사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니까.

사후대책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세울 것인지 묻고 싶다. 모든 스포츠메가이벤트가 이러한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기장을 새로 지을 거라면, 그것이 시의 세금으로 유지가 될 것인지, 활용빈도와 주체를 누구로 설정하여 운영해나갈 것인지, 위탁할 것인지 등등. 머리에 쥐날 때까지 생각하고, 생각해서 경기인프라의 사후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도 이런 경우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엑스포였다. 93년 엑스포 치르면서 엑스포 공원 만들고, 그때는 아주 성공적이다 했다. 하지만, 지금 엑스포 공원은 매년 10억 이상의 혈세가 낭비되면서도 때려 부술 수도 없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 지난 2008년에 있었던 금산 세계인삼엑스포 전경
지난해 충청권 최대사업 중 하나이자 수백억원이 투입되었던 금산 세계인삼엑스포 역시 대회당시에는 매우, 아주 매우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았지만, 그 이후 사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지역경제에 별다른 파급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월드컵 구장은 어떻고? 매년 8억에서 9억에 이르는 지방세금을 낭비하면서도 어떻게 활용할지 대책도 세우지 못하는 등, 아주 애프터서비스가 엉망인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단지 대전이나 충청남도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메가이벤트의 문제다. 광주라고 예외일까? 아니다. 사후대책 없으면 십중팔구 이 꼴 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대구에서 열렸던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가장 적게 경기장을 짓는 등 기존 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했음에도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언론은 1700억 상당의 이익을 거두었다고 했지만, 실제 경기진행과 집행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다시는 이런 이벤트가 우리나라에서 있으면 안됩니더”라고 비관적으로 말한 바 있다.

2015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광주시는 앞으로 원활한 U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현재 있는 월드컵 종합경기장과 염주체육관을 제외하고 국제대회용 수영장, 테니스장 및 실내경기장 두 개 이상을 지어야만 한다. 이거, 사후대책 확실하게 하고 세우길 바란다. 그저 대회 유치했다고 정부에서 사회간접비용 지원하고 해서 그걸로 대충 겉모습만 좋게 만들겠다는 요량으로 덤볐다간, 그 뒷감당에 광주시민들만 죽어날지도 모른다.

광주시의 건투를 빈다.

체육교사로서의 직업정체성을 고민하며 충남대에서 200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 스포츠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의 스터디 그룹인 ‘세미나리움’의 실장을 하고 있고, 미디어와 젠더, 운동장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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