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베트남이었다.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5만여명의 병력을 잃고 1988년 철수했으나 그것은 식량난과 겹쳐 체제붕괴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제 미국이 그 심연에 빠져 힘겨운 모습니다. 미국은 2001년 9·11 사태의 배후세력으로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본거지인 아프가니스탄에 침공했다. 탈레반을 거의 소탕한 듯싶더니 잔당이 부활하여 파키스탄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아프팍’(Afpak-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아프팍 전쟁은 종교적·종족적으로 얽힌 내전에다 외세의 개입으로 크리스찬과 이슬람의 충돌이 예상된다. 파키스탄과 적대관계인 힌두국가 인도가 탈레반 소탕에 동조하여 종교적 반작용도 우려된다. 탈레반 소탕은 파키스탄과 함께 탈레반을 합법정부로 인정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종교적 부담을 준다. 미국과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이 석유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중요하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과는 종족적·지정학적 관계가 복잡하다.

▲ 한겨레 5월12일자 13면.
탈레반은 학생이란 말이다. 탈레반의 주축은 종교적으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수니파이고 종족적으로는 남부 아프가니스탄과 서부 파키스탄 출신의 파쉬툰족이다. 주로 접경지역에 있는 이슬람 신학교로 모여든 전쟁고아들이다. 그들이 미국과 파키스탄의 군사훈련과 무기지원을 받아 소련에 항쟁하는 과정에서 탈레반이란 무장정치세력이 탄생했다. 미국은 1987년까지 재정지원과 함께 해마다 6만5000t의 무기와 탄약을 공급했다. 나중에 미군을 겨냥하는 문제의 개인화기 스팅거 미사일도 그 때 공급됐다.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의 외침, 군벌간의 내전과 약탈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정치세력화한 탈레반이 부패세력 척결을 외치며 1994년 북진을 감행하여 19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탈레반은 전통적 법률체계인 샤리아를 엄격하게 해석해 종교경찰을 두고 국민생활을 일일이 감시한다.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해 외출·교육·취업을 금지한다. 집에서도 여자가 비치지 않게 창문을 가려야 할 정도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오락, 노름은 물론이고 비디오, TV를 보지 못한다.

대량학살과 인권탄압이 국제문제로 대두되기까지 미국은 탈레반을 묵시적으로 용인했다. 그러다 1997년부터 관계가 악화됐다. 아프리카에서 미국 대사관들을 잇따라 폭파하던 빈 라덴이 1996년 본거지를 수단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긴 것이 결정적 계기다. 빈 라덴을 송환하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정부승인을 취소했다. 마자르를 점령해 수천명을 학살하면서 이란 외교관 10명을 죽여 전쟁위기로까지 갔다. 1999년 인도 여객기 납치범에게 피난처를 제공해 인도가 탈레반 격퇴에 나섰다.

탈레반은 2001년 9·11 사태 직전까지 일부 북부지역을 제외한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했다. 하지만 미국이 나토군의 지원을 받아 폭격작전을 펴고 북부동맹이 반격에 나서자 삽시간에 괴멸되기 시작했다. 인도도 가세했다. 일부는 산악지대로 퇴각하고 나머지는 파키스탄으로 잠입했다. 그 잔당이 2004년부터 재규합하여 자살폭탄으로 무장한 게릴라전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친미 정권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탈레반의 온상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접경지역은 원래 파쉬툰족의 지배지역이었다. 그런데 식민통치하던 영국이 1883년 파쉬툰족을 무력화하려고 둘로 나눈 경계선이 국경선으로 굳었다. 탈레반이 두 나라를 넘나들며 세력을 확장하고 파키스탄이 미국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탈레반을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 소탕에 나서자 파키스탄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2007년 파키스탄 탈레반 우산단체가 태어나고 파키스탄 정부는 스와트 계곡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대한 샤리아 율법통치를 허용하기까지 이르렀다.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이다. 파키스탄이 붕괴된다면 핵무기가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알카에다와 탈레반 수중에 들어간다. 그것은 미국안보와 세계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그 까닭에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요구한다. 이라크전이 부시의 전쟁이라면 아프팍전은 오바마의 전쟁이다. 경제적·정치적 유대관계가 없는 나라가 이념·종교전쟁에 개입해서 파생할 결과를 깊게 생각해야 한다. 탈레반은 비정부기구의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적대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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