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취재를 맡고 있는 한 기자가 지난 5월17일 전화로 물어왔다. 자유선진당 추천을 받은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가 “신문법 제10조 제2항을 삭제해도 신문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고 하던데 맞느냐?”는 것이다. 이 조항이 삭제돼도 그 뒤에 있는 제10조 제3항이 살아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내 대답은 “문 교수께서 순진하게 생각하시는 듯하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제10조 제3항도 삭제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러면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는 전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지에 달린 문제가 되는데, 이 정권 출범 때부터 공정위의 박약한 의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니냐”는 것이었다.

국회 속기록을 찾아봤더니, 5월15일 미디어위원회 회의록이 올라있지 않아 문 교수가 정확히 어떻게 말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내가 참석한 마지막 미디어위원회 회의였던 지난 5월6일 부산공청회에서 한나라당 신문법 개정안에서 제10조 제2항이 삭제된 것에 대한 분노가 집중적으로 표출됐었고, 공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즈음 문 교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다 안 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아마도 5월15일 문 교수가 했다는 취지의 말을 이때도 하려 했던 게 아닌가 짐작이 된다.

신문법 제10조 제2항은 “신문사업자는 구독자의 의사에 반하여 구독계약을 체결·연장·해지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 및 무상의 경품을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이다. 이어지는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의 여부 및 그 처리 등에 관하여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이다.

기자에게서 전해들은 문 교수의 발언은 ‘부분적으로 맞고 전체적으로 틀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맞는 이유는, 신문시장 불공정거래를 규율하는 신문고시가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신문법에서 제10조 제2항이 삭제돼도 신문시장 불공정거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문 교수의 발언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틀린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한나라당 신문법 개정안은 문 교수의 발언과 달리, 이들 두 조항을 몽땅 삭제하고 있다. 따라서 제10조 제3항이 살아있다는 문 교수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그리고 이들 두 조항은 신문시장 불공정거래 규제와 관련해 또 다른 함의를 갖고 있다. 신문시장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아닌 신문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조항을 개정하면,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전해 올 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모든 불공정거래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건 아니다. 증권시장의 공정거래의 경우 공정거래법이 아닌 증권거래법(지금은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통합돼 있음)을 적용해 왔던 게 여기에 해당한다. 신문법에 이들 두 조항이 포함된 것은,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항은 공정거래법에 있다는 점을 확인함과 함께,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가 매우 심각하다는 데 정치권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문사업자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지우고 있는 제10조 제2항을 왜 삭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 교수는 법률 형식에 비춰볼 때 ‘군더더기’라고 말할지 모른다. 공정거래법으로 하고 있는데, 왜 신문법에서 이런 의무를 두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은 신문시장만을 특정해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문시장과 관련된 종합적인 정책방향이 불공정거래를 방치하거나, 아니면 아예 불공정거래의 기준을 바꿔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키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한층 더 퇴보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인정한 발행부수와 유가부수의 신고, 구독료와 광고수입의 신고 규정인 제16조도 신문법에서 삭제하고 있을 뿐더러, 신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공정거래위는 지난해 이 정권이 출범한 때부터 신문고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히면서 직무유기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고시를 형해화시키고 사실상 폐지하는 효과를 낳는 정책을 내년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터다.

예상하건대,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로 이름난 문 교수는 신문법 제10조 제2항 삭제와 불공정거래 인정 기준의 변경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공정거래 기준을 바꿔 불법을 용인하는 범위를 대폭 확대해주기 위해 나선 주체는 공정거래위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이다. 또한, 이런 불공정거래 기준의 변경 문제는 아무런 공론화도 없이 은근슬쩍 처리되고 있다. 현실은 이런 흐름과 제10조 제2항의 삭제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제10조 제2항과 제3항의 삭제가 법적 군더더기의 제거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이 ‘제10조 제2항을 삭제해도 무방하다’고 하는 발언은, ‘법률 형식에 치우친 순진 소박함’이거나 ‘계산된 물타기’이거나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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