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5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청회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모니터를 수행했던 담당자가 공술인으로 나왔다. 유민수씨가 바로 그 사람이다. 유씨가 진술한 내용은 ‘쥐박이 정도의 글은 삭제해왔는데, 지침이 내려와서 정부에 대한 비판글에 대한 모니터링 수준을 하향했다’는 것이다.

먼저 내부고발자로 나와서 포털사이트의 모니터링의 자의성을 폭로하는 그의 용기와 정의감에 경의를 표한다. 이와 함께 유민수씨의 진술을 자의적으로 곡해하는 한나라당 미디어위원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5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청회 ⓒ미디어스
그의 발언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표현의 자유’이다. 그는 토론회에서 ‘왜, 어려운 내부고발을 했는가?’ 에 대한 이창현 민주당 추천위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개 회사 기준에 맞춰서 유저의 게시글을 삭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생각한다).”

유씨는 포털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목적을 위해 ‘어려운 내부고발’을 한 것이다. 그러나 포털사가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반대하는 용기를 포털에 모니터 법제화의 근거로 삼음으로써 유씨의 주장으로 곡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은 미디어위원회 위원들이다.

변희재 한나라당 추천 위원은 유씨의 진술을 다음과 같이 곡해한다.

“유민수씨의 얘기에 따르면, (글을) 읽고 승인과 삭제한다는 것, 승인된 글 중에서 포털사 편집진이 블로그 자체도 편집해서 빼내고 있는데 이런 기능이, 인터넷신문사의 시민기자 제도와 거의 같다고 본다.”

▲ 변희재 위원. ⓒ미디어스
이와 같이 변 위원은 유씨의 포털 모니터의 문제점 폭로를 오히려 포털사의 모니터링 의무화를 위한 근거로 삼는다. 변 위원의 주장은 포털이 상업적이고 자의적으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으니까, 국가가 합리적이고 타당한 모니터링의 기능과 범위를 설정해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포털사가 사용자의 글을 자의적 기준으로 삭제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는데, 이를 포털의 모니터링 의무화의 근거로 삼는 것은 진술인의 의도에 대한 심각한 곡해가 아닐 수 없다.

변 위원의 이러한 억지스러운 곡해는 선의의 내부 고발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진술인은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진술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를 표현의 국가적 통제로 듣는 것은 진술을 크게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술인은 포털사의 ‘모니터링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진술인의 주장을 ‘모니터링을 아예 의무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쓰는 것은 왜곡일 수밖에 없다.

개별 포털사의 ‘상업적, 자의적 모니터’가 문제가 된다면 사용자들이 먼저 판단할 것이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네이버에 대한 사용자들의 외면과 반발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사용자들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포털사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현재 개별 포털사의 모니터링 의무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모니터링의 기준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하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포털사에게는 신문사의 ‘독자권인위원회’ 같은 옴부즈만 제도를 강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 민주주의는 자율성과 다원성의 기반에 있다. 이를 국가가 획일적 조치로 강제하면 인터넷 민주주의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유씨가 공청회와 내부고발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진술인 유씨는 임시차단 조치에 의한 피해사례도 발표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공간인 <아고라>에 이와 같은 포털사의 자의적 모니터링 기준을 폭로했다가 네이버의 요구로 임시차단 조치를 당했다. 유씨의 이와 같은 피해사례에 대해, 임시차단 조치의 강화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추천 위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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